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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조선]‘비아그라’, 진화의 끝 어디인가 |
피부에 붙이고, 냄새로 자극하고, 지속시간 늘려…
당뇨 환자용·여성전용 등 제품 잇달아
‘섹스 웰빙’을 향한 신기술 개발 전쟁에 불이 붙고 있다. 냄새만으로 즉효를 볼 수 있는 성기능 촉진제가 나오는가 하면, 피부에 붙이기만 해도 성욕을 자극해주는 약품도 개발됐다. 약 복용 후 1시간 정도에 이르던 ‘대기 시간’를 줄이려는 경쟁은 물론, 얼마나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가 하는 ‘지구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1998년 ‘비아그라’라는 생소한 이름이 알려진 이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섹스 혁명의 현주소’이다.
‘냄새 비아그라’ 남성 35명 중 60%가 효과
성욕이 떨어진 폐경 여성을 위해 피부에 붙이는 성욕 촉진 패치가 최종 단계의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밝혀졌다.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피부를 통해 주입하는 인트린사(Intrinsa)라고 불리는 이 패치를 개발한 미국의 프록터 앤드 갬블사는 임상시험이 성공적이어서 이르면 내년 초쯤 처방약으로 시판할 계획이라고 지난 6월 16일 발표했다. 난소를 절제해 성욕이 감퇴된 폐경여성 533명(평균연령 49세)을 대상으로 24주에 걸쳐 실시된 임상시험에서 인트린사 그룹은 전에 비해 만족을 느끼는 섹스의 빈도가 평균 51% 많아지고, 성욕이 49%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기능 촉진제는 시아그라(SheAgra)에서 정점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남성을 위한 비아그라에다 여성(She)을 접목시킨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특히 성욕 감퇴나 불감증 여성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에서 개발돼 지난 6월 6일 공개된 시아그라는 화학약품인 비아그라와는 달리 천연재료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이를 개발한 이스라엘 아브네르 세메르 박사는 세계 도처에서 재배되고 있는 각종 식물의 뿌리, 잎, 꽃 등을 채집해 원료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약품이 아니라 보조식품인 셈이다.
제품에 표기된 성분에는 매그놀리아(목련류)의 꽃, 견과류의 씨, 리찌, 오르가노, 사프란, 심황(카레의 원료), 호로파(콩과 식물) 등이 주원료라고 적혀 있다.
남성ㆍ여성을 넘어 특정한 질병을 가진 환자들에게 특별히 효능을 발휘하는 성 기능 촉진제도 나왔다고 영국 로이터 통신이 지난 6월 7일 보도했다. 영국 글락소 스미스 클라인사(社)와 독일 바이에르AG사(社)에 의해 개발된 ‘레비트라’라는 약품은 화이자의 비아그라로부터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한 당뇨병 환자들 가운데 절반 가량이 발기부전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심각한 발기부전 환자로 불리는 당뇨병 환자 138명에 대한 임상실험 결과, 연구진은 통계적으로 아주 의미있는 정도의 (당뇨병 환자들에게) 유리한 수치가 나왔다고 밝혔다.
복용해야 하는 것에서 냄새만 맡아도 되는 것으로 ‘복용 방식’이 변화한 경우도 있다. 영국의 BBC 인터넷판은 최근 냄새만 맡아도 10분 내에 즉효를 볼 수 있는 남성용 성기능 촉진제가 개발됐다고 보도했다. 이 제품을 개발한 영국 윌트셔 지방의 제약사 벡투라(Vectura) 연구진은 비아그라 성분을 냄새로 전달하면 간편하면서 효과가 훨씬 빠르다는 생각에서 착안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아그라 성분을 냄새로 전달하는 신약(가칭 VR004)을 개발했고, 성기능 장애로 고생하는 남성을 상대로 임상시험 결과 35명의 남성 가운데 60%가 효과를 봤으며, 일부는 3분 만에 즉효를 봤다고 밝혔다.
부작용은 없었고 제약사는 내년 초 시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비아그라 복용 남성, 1초에 3명”
1998년 9월 유럽에 첫 선을 보인 비아그라는 첫 해 무려 2700만정(錠)이나 팔렸다. 그로부터 1년 반 뒤 제조사인 미국의 화이자는 “매 초당 3명의 남성이 비아그라를 복용한다”는 통계를 주장한 바 있다. 그 후로 비아그라는 발기부전 치료약의 대명사처럼 사용돼 왔고, 매년 20억달러(2조4000억원 상당)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을 장악해 왔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종류와 기능을 갖춘 ‘명약’들이 속속 등장하자 비아그라의 절대적 우위가 상대적 비교우위로 바뀌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화이자는 지난 4월 비아그라 6개를 사면 한 개를 공짜로 준다는 식의 공세적 판매전략으로 전환했다. 여성들을 위한 ‘시아그라’의 경우, 미국 대표적 유통재벌인 월마트로부터 개발 성공 발표 직후 150만달러어치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는 등 ‘섹스 웰빙’ 산업 내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발기부전제 시장이 국내에서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 9월부터다. 사실상 시장을 독점했던 화이자의 ‘비아그라’에 릴리의 시알리스, GSK·바이엘의 레비트라가 국내 출시를 시작하며 도전장을 던졌다. GSK·바이엘은 시알리스ㆍ레비트라 대비 임상시험을 전세계적으로 실시하는 등 제품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투약 후 45분 내 첫 발현 시간을 측정, 홍보키로 하는 등 빠른 발현 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레비트라의 약효가 나타나는 시간은 약 15분 내외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발기부전 치료제는 모두 작용 원리가 비슷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모두 먹는 약으로 국내외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효과도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80% 안팎으로 비슷하다. 그러다보니 약효지속 시간, 발현 시간, 가격 등이 제품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어 판매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시판 가격은 비아그라가 50mg이 1만3000~1만5000원선. 시알리스는 10mg, 20mg 두 종류가 각각 1만3000원과 1만6000원이다. 레비트라도 5mg, 10mg, 20mg 세 종류의 가격이 1만4000∼1만6000원선이다.
가짜·부작용 주의는 필수적
주의할 점은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커지면서 최근 가짜 비아그라, 시알리스, 레비트라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 이 같은 가짜 약은 대체로 중국 및 동남아에서 밀수돼 불법 유통되는 제품으로 주요 성분의 함량이 미달일 뿐 아니라 효능이나 안전성, 위생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들이다. 화이자는 이같은 불법유통 제품을 막기 위해 정품을 판독할 수 있는 특징을 제품에 삽입하고 있다. 정품 비아그라는 은색 플라스틱 포장 앞면 우측 하단에 있는 화이자 로고 색상이 보는 각도에 따라 파란색과 보라색으로 변한다.
부작용도 주의해야 한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세 종류의 약은 모두 두통, 메스꺼움, 얼굴이 붉어지거나 시각장애 등의 경미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또 질산염제제를 복용하는 협심증 환자들이 먹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또 여성을 위한 시아그라의 경우는 실험 대상자들 간 효과에 대한 응답 내용의 편차가 지나치게 크게 나타났다.
이는 약효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부족하다는 것과 함께 여성들의 섹스시 만족도는 상대방에 대한 감정, 상대방의 애무 등 여러가지 다양한 변수들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부부간에 가장 강력한 성기능 촉진제는 바로 사랑일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사실을 되새겨주는 대목이다.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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