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어깨 아프면 다 오십견? 회전근개 파열도 의심!
중년을 넘긴 나이에 팔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어깨통증이 찾아온다면 십중팔구는 ‘오십견’이란 병명을 떠올릴 것이다. 오십견은 50살 무렵에 어깨의 통증이 발생한다고 하여 일반적으로 불리는 병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깨 질환 전문의들은 “최근 2~3년 사이에 팔을 움직일 때 사용하는 어깨 근육의 힘줄(회전근개)이 파열되는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며 “그러나 오십견으로 잘못 알고 방치하거나 물리치료에만 의존함으로써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회전근개 파열’은 어깨 관절을 이루는 팔뼈 부위에 동그랗게 붙은 4개의 힘줄인 회전근개가 나이가 들면서 반복적인 충격이나 마모에 의해 찢어지는 질병으로 어깨관절을 싸고 있는 주머니(관절낭)가 오그라들어 생기는 오십견과 증세가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무리한 운동으로 어깨근육 힘줄 찢어진 상태
회전근개 파열과 오십견을 쉽게 구별하기 위한 자가진단법은 아픈 팔을 움직이려고 시도해 나타나는 증상을 비교해보는 것이다. 오십견의 경우 어떤 방향으로 팔을 올리거나 돌려도 어깨 전체가 아프고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자지러지게 아프게 된다. 또 어깨가 굳어져서 아무리 본인이 팔을 올리려 해도 올라가지 않고 통증만 심해지고 대개의 경우 통증으로 인해 밤잠을 설치거나 잠을 못 이루게 된다.
회전근개 파열은 아프지 않은 팔로 아픈 팔을 올리려고 시도하면 올라가진다. 그러나 파열로 인해 힘이 약해져 올린 팔을 유지하지 못하고 아픈 팔이 툭 떨어지거나 어깨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경희의료원의 경우 어깨통증으로 견관절 클리닉을 방문한 외래환자를 분석한 결과 회전근개 파열 환자 대 오십견이 1997년 41명 대 158명, 2001년 72명 대 186명, 2003년 125명 대 155명, 2004년 1~5월 70명 증대 75명으로 회전근개 파열 환자 수가 오십견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걸 경희의료원 정형외과 교수는 “건강 유지를 위해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평소에 하지 않던 무리한 동작이나 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 회전근개 파열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호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회전근개 파열 환자가 5~6년전 까지만 해도 흔치 않았다”며 “최근에는 오십견 보다 더 많이 발생하고 있고, 환자 연령대는 50~60대가 가장 많지만 40대 초반 심지어 30대에서도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운동 관심 늘면서 환자 급증 30~40대에서도 흔히 발견
운동을 즐기지 않던 시대에는 50대 이후 어깨통증의 주 원인이 오십견이었으나, 최근에는 회전근개 파열이 오십견에 필적할 정도로 흔하게 발생하고 있고 그 연령대도 30~40대로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회전근개 파열 환자는 4개의 힘줄 가운데 가장 윗쪽에 붙은 힘줄만 터져버리는 경우가 많아 파열 초기에는 통증이 심하고 팔을 위로 들 수 없으나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통증이 줄어들고 팔도 들어 올릴 수 있어서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회전근개 파열이 만성화되면 다시 통증이 발생하고 팔을 위로 들 수 없게 되어 병원을 찾게 되지만 이 때는 수술을 해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물리치료 의존시 증상 악화 초기에 수술해야
김승호 교수는 “대부분의 회전근개 파열은 어떤 형태이든 치료를 요하며 수술로 꿰매는게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다”며 “그러나 파열이 매우 오래되어 회전근 근육이 위축되어 지방조직으로 바뀌었을 경우에는 수술 봉합 후에도 근육이 재생되지 않아 팔을 위로 들어 올리는 힘은 호전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걸 교수는 “2003년부터 지난 5월까지 경희의료원 견관절클리닉에서 수술받은 회전근개 파열환자 100례 가운데 50례만 관절경을 이용한 최소절개 수술이 가능했다”며 “나머지 20례는 파열된 크기가 커서 개방수술을 했고, 30례는 광범위한 파열로 인해 회전근개가 찢어져 말려들어가 제자리에 봉합하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 회전근개 파열 막으려면
준비운동 충분히, 몸에 맞는 운동을
회전개근 파열을 막기 위해서는 먼저 나이에 맞도록 운동과 운동량을 조절해야 한다. 무리한 운동을 삼가하고, 무리가 가지 않도록 가능한 한 어깨 높이 아래에서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또 스트레칭을 통해 충분히 준비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령 헬스장에서는 아령이나 바벨 운동을 할 때 어깨 높이 아래에서 하는게 좋다. 특히 역기를 엄청나게 무겁게 해 들거나, 하루 2시간 이상 테니스를 치는 등 어깨운동을 과도하게 하는 사람들은 어깨통증이 생겨 지속될 경우 회전근개 파열 여부를 진단받아야 한다.
김승호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골프 같은 운동은 격렬하지는 않지만 주말 골퍼들은 골프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스트레칭으로 어깨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며 “그 이유는 나이가 들면 노화현상의 하나로 회전근개에 변성이 조금 와 있을 수 있는데 그 상태에서 바로 골프 스윙을 하면 회전근개가 파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구 투수의 경우 어깨 근육을 누구보다 많이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회전근개가 파열되는 경우가 없다고 한다. 야구 투수는 거의 대부분 30대 이하로 젊고, 등판하기 전에 반드시 연습 투구를 하고, 며칠 간격으로 등판을 조절하여 어깨 근육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용걸 경희의료원 정형외과 교수는 “야구 투수들의 경우 장년·노년층 처럼 회전근개가 100% 파열되는 경우는 없다”며 “마치 밧줄을 이루는 수십 수백개의 줄 가운데 10% 안팎만이 끊어지는 정도의 회전근개 손상을 입을 뿐이다”고 말했다.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도움말=김승호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 이용걸 경희의료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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