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심폐소생술' 교육 의무화
‘하트 세이버’ 자격증… 곳곳에 ‘전기쇼크기’ 비치
심장마비 발생후 뇌손상이 오기 시작하는 5분 이내에 이뤄져야 할 심폐소생술은 한 사람의 생명을 좌우한다. 이 때문에 심장병 환자가 많은 미국·유럽 등에서는 길거리나 집에서 발생하는 심장마비에 대비, 최초 목격자인 일반인에게 심폐소생술을 확산시키려는 노력이 치열하다.
최근 미국 시카고시 천문대 건물에서 발생한 심장마비 환자를 일반 시민들이 완벽하게 회복시킨 사례는 그런 노력의 결과다. 한 해 50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이곳에서 25세 여자 안내요원이 심장마비로 쓰러지자, 목격자는 즉시 ‘911’(미국의 구급번호)에 신고했고, 천문대는 응급환자 발생 위치를 구내 방송으로 알렸다. 이를 듣고 달려온 천문대 엔지니어는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그는 미국심장협회가 주관하는 심폐소생술 교육과정을 이수, ‘하트 세이버’(Heart Saver·심장을 구하는 사람) 자격증을 갖고 있었다. 천문대에는 이 자격증을 소지한 엔지니어가 5명 있으며, 이들 중 한 명은 반드시 당직을 선다. 심폐소생술에는 자격증을 소유한 관람객 한 명도 동참했다. 그 사이 직원은 천문대 출입구에 구비된 자동 전기쇼크기(제세동기)를 가져와 환자에게 부착했다. 천문대에는 일반인도 쉽게 쓸 수 있는 전기쇼크기가 곳곳에 5대 설치돼 있다. 환자의 심장 박동은 돌아왔고, 이후 병원 치료를 받아 지금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윌리엄 윌하임 천문대 행정국장은 “정기적으로 전 직원이 응급환자 발생 모의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 의대 응급의학과는 시 전역에 일반인 대상 심폐소생술 교육센터를 62개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2년에 한 번씩 4시간 교육을 받으면, ‘하트 세이버’ 자격증을 수여한다. 시카고대는 인터넷·CD·DVD 등으로도 심폐소생술을 훈련할 수 있는 모형을 학교·회사 등에 보급한다. 응급의학과 렌스 베커 교수는 “5년 전 4~5%에 불과하던 길거리 심장마비 환자의 일반인 심폐소생술 비율이 25%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미국심장협회(AHA)는 각 지역의 병원들과 연계, 심폐소생술 교육센터를 두고 한 해 400만명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급한다.
병원들은 심장마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심장병 환자 가족들을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지난 6월 내슈빌시 반더빌트대병원에는 의대생과 퇴원을 앞둔 소아 중환자실 환자 부모들을 위한 심폐소생술 교육이 열렸다. 이들은 소아용 마네킹을 들고 심폐소생술을 실습하고, 기도(氣道) 이물질 흡입 등 각종 응급 상황 대처법을 배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마리 하진스키 전문간호사는 “소아 환자를 돌보는 부모·할머니·보모 등까지 모두 교육 대상”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아야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는 법안이 전체 50개주 중 12개주에 상정돼 있으며, 학교에는 ‘하트 세이버’ 교사가 최소 2명 이상 항상 나와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 심장마비 환자가 병원을 걸어서 퇴원하는 생존율은 22(로스앤젤레스)~43%(시애틀)에 이른다. 우리나라 심장마비 환자의 사회 복귀율 2.5%와 대조된다.
노르웨이·벨기에 등 유럽 국가들은 초등학생에게도 심폐소생술을 가르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독일 등에서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이수해야 운전면허증을 교부받을 수 있다. 유럽연합(EU) 각 나라들마다 심폐소생술 교육센터를 두고 있으며, 인구 380만명의 아일랜드에는 전국에 103개 센터와 800여명의 전담 강사가 있다.
유럽 심폐소생술협회 레오 바세르트(벨기에 앤트워프의대 교수) 사무총장은 “협회 직원이 각 나라의 교육센터를 불시에 방문,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지 점검한다”며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이 35~40%에 이른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구호자 보호법(Good Samaritan’s Law)’을 두고 긴급 상황에서 일반인이 심폐소생술 등을 다소 잘못 했더라도 법적 면책을 보장, 응급 구호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김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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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조선]멎은 심장을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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