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 가려움증’
땀 많은 여름철 더 극성
높은 온도와 습도 때문에 땀을 자주 흘리는 여름철에 항문이 가려워 말 못하는 고생을 겪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특히 밤에 잠자리에 든 뒤 증상이 심해져 밤잠을 설치게 되는 괴로움을 겪는 사람도 있다. 항문 가려움증은 평소 치질과 같은 항문 질환이 있거나 기생충 감염 등이 있을 때도 생기지만, 여름철 습도가 높아져 곰팡이 등이 서식하면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 항문 주변을 긁는 것을 멈추고, 항문을 청결하게 관리하면 증상은 없어진다. 그러나 일부 기생충 등에 감염된 때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주변에 말 못하는 고민이 되기도 하는 항문 가려움증에서 벗어나고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아이들에 나타나면 요충 의심
항문 가려움증은 항문 및 그 주변을 긁고 싶은 불쾌한 감각이 드는 것이다. 대부분 항문과 그 주변 피부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종종 정신적인 요인이 중요할 때도 있다. 이 증상은 어느 나이에나 다 나타날 수 있지만 중년 이후에 더 많이 생긴다. 또 남성이 여성보다 3~4배 정도 더 많이 이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용변을 본 뒤나 밤에 잘 때, 오래 앉아 있을 때 증상이 잘 나타난다. 용변 뒤 항문 주변부를 너무 과도하게 닦는 것도 이 증상이 커지게 하는 한 원인이다.
평소 생활에서 매운 음식을 많이 먹거나 다른 질환이 있어 치료를 위해 약을 먹은 뒤 부작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술을 포함해 우유, 주스, 커피, 차 등과 같은 특정 음료수를 먹을 때 증상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또 각종 세균이나 곰팡이 등이 기생하면 이런 증상이 잘 나타난다. 어린 아이들에게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요충 감염을 의심해 볼 수도 있으며, 이 때는 특히 밤에 가려움증이 더 심해진다.
면 소재 헐렁한 속옷 입어야
항문 질환도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주로 흔히 치질이라 불리는 치핵, 치루, 치열 등과 같은 질환들이 있을 때 잘 나타난다.
이런 가려움증이 여름철에 심해지는 주된 이유는 잦은 땀 등으로 인해 피부 습도가 높아져 곰팡이 균이 잘 자라기 때문이다. 곰팡이 균 감염은 특히 칸디다 종류가 흔하며, 일단 감염되면 피부가 물에 불은 듯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 경우 적절한 진료를 통해 항균진제가 든 연고 등을 바르면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으나, 균이 없어져도 무의식적으로 버릇처럼 긁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는 심리적 차원에서 습관이 든 경우라 볼 수 있다.
항문 가려움증을 막기 위해서는 평소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일단 항문과 그 주변을 깨끗이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배변 뒤에는 부드러운 화장지로 뒤처리를 하도록 하며 가능하면 화장지를 사용하지 않고 물로 씻어 내는 것이 좋다. 샤워 등을 하면서 씻을 때는 자극이 없는 비누를 쓰는 것도 필요하다. 속옷은 꽉 쪼이는 삼각보다는 면 소재로 된 헐렁한 것을 입는 것이 증상 예방에 좋다. 가려울 때는 의식적으로 긁지 않도록 노력하고, 가능하면 미지근한 물로 씻으면 가려움이 줄어든다. 한번 긁기 시작하면 해당 부위의 피부가 더 두꺼워져 가려움증을 더 일으키기 때문이다.
항문 가려움증은 항문 주변의 청결 불량으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비데를 사용하는 것은 증상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비데를 사용한 뒤에는 잘 말려 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점이다. 건조시킬 때는 화장지 등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면 수건 등으로 살짝 눌러 주면서 물기를 없애도록 하고, 헤어 드라이기 등을 사용해 건조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좌욕·비데 사용도 도움
평소 시간을 내 좌욕을 하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된다. 좌변 자체가 가려움증을 없애주는 것은 아니지만 좌욕을 하는 도중 항문에 끼인 대변 찌꺼기나 이물질 등이 씻겨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항문 주변의 혈액 순환을 도와 치질 등 다른 항문 질환 예방에도 도움을 줘 가려움증이 생겨나는 것을 막기도 한다.
도움말=민병욱 고려의대 구로병원 외과 교수, 염정섭 을지의대 을지병원 피부과 교수
하루 두번, 40도 물에 5분만 담그세요
활동량이 줄어들고 음식 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점점 많아지고 있는 항문 질환의 예방 및 치료 방법으로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방법은 바로 좌욕이다. 좌욕은 시간이 별로 걸리지도 않고 생활 속에서 쉽게 할 수 있으며, 치핵(치질)을 비롯한 여러 항문 질환의 증상을 줄여주고 예방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등이 오래 앉아 있는 자세로 항문 주변에 혈액이 몰려 있는 것을 개선해 주므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좌욕은 또 항문의 조이는 근육인 괄약근의 긴장도 풀어줘 변비에도 도움을 준다는 의견들도 있다.
좌욕을 하는 방법은 대야 등에 따뜻한 물을 부어 엉덩이를 담그면 된다. 물의 온도가 40~45도 정도면 항문과 그 주변의 혈액 순환이 잘 돼 적당하다. 좌욕하는 시간은 3~5분 정도면 충분하다. 한번에 오래하는 것보다는 짧은 시간 여러 번 하면 더 효과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쪼그린 자세로 오래 있으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병욱 교수는 “하루에 세 번 정도 하는 것이 추천되나, 직장 생활 등으로 힘든 경우에는 아침, 저녁으로 두 번은 반드시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대야 등을 사용할 때는 그림처럼 쪼그린 자세보다는 대야에 엉덩이만 담그고 다리는 밖으로 내놓는 것이 좋다. 엉덩이를 담근 뒤에는 항문 근육에 힘을 줬다 빼는 것을 반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들도 있다. 한편 샤워기를 사용해 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 때는 3분 이내로 간단히 하는 것이 좋다.
좌욕할 때 사용하는 물에 종종 소독제나 소금을 타는 사람들도 있는데 민 교수는 “굳이 비누나 청결제, 소독제 등을 섞을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좌욕 뒤에는 항문을 잘 건조시키는 것도 꼭 필요하다.
김양중 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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