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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국민] 혈관따라 돌던 세균 ‘심장으로’ |
[감염성 심내막염]
어렸을 때 사소한 부주의가 평생 짐을 남기는 대표적 질환이 심장판막 질환이다.
최근 감염성 심내막염으로 병원에 한달간 입원,집중 치료를 받은 Y씨(22·여·충북 청주)를 보자. Y씨는 선천적으로 좌심방과 좌심실을 연결하는 승모판막과 우심방과 우심실을 연결하는 삼첨판막에 약간의 구조적인 이상이 있는 것을 모른 채 지내다 화를 당한 케이스.
그는 동네 병원에서 심한 감기나 식중독으로 인한 고열인 줄 알고 치료를 했으나 열이 내리지 않자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Y씨는 결국 감염경로가 분명치 않은 균이 심장 속으로 파고들어 심내막염을 일으킨 것으로 밝혀졌다.
심내막염은 심장판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감염성질환으로 치료를 안할 경우 100% 사망하는 무서운 질환. 또 치료시기를 조금만 놓쳐도 판막손상을 합병,심각한 장애를 남기게 된다. 한달 간의 고용량 항생제 치료를 받아 일단 위기를 넘긴 Y씨도 앞으로 평생 약을 복용해야 치명적인 심장병을 예방할 수 있게 됐다.
Y씨의 판막이상은 뜻밖에도 어렸을 때 앓은 편도선염이 유력한 원인으로 추정됐다. 당시 편도선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된 셈. 편도선염을 일으키는 연쇄상구균이 문제였다.
심내막염은 위염이나 간염처럼 심장에 염증이 생긴 경우다. 심장 근육의 안쪽에 위치한 판막에 주로 발생한다. 위염을 오래 앓게 되면 위암이,간염을 오래 앓게 되면 간암이 생길 수 있듯 심내막염을 제때 치료하지 못하게 되면 치명적인 판막질환에 걸리게 된다.
판막이란 심장을 4개의 공간(좌심실과 우심실, 좌심방과 우심방)으로 구분하는 일종의 밸브다. 승모판막과 대동맥판막, 삼첨판막과 폐동맥판막의 네가지가 있다. 이들은 혈액이 한쪽 방향으로만 흐를 수 있도록 한쪽 판막이 열리면 다른 쪽 판막은 자동으로 닫힌다. 그러나 심내막염을 앓게 되면 열려야 할 판막이 닫히고 닫혀야 할 판막이 열리게 된다. 결국 심장이 일사불란하게 혈액을 펌프질하는 것이 불가능해져 심부전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폐동맥색전증과 뇌경색증을 유발해 생명이 위험해지게 될 뿐만 아니라 낫더라도 평생 심각한 장애를 갖게 될 수 있다고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재중 교수는 지적한다.
편도선염 외에 판막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환경은 잇몸질환으로 치아를 뽑는 등 치과치료를 받을 때. 잇몸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이 피돌기를 따라 심장판막에 항체와 항원 파편들을 쌓이게 해서 심내막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내막염으로 인한 판막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편도선염이나 치아질환을 방치하지 말고 확실하게 뿌리를 뽑고,치료 전후 항생제를 서너 주 이상 충분히 투여하는 것이 원칙처럼 돼 있다. 그래야 재발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고,심장도 보호할 수 있기 때문.
심내막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고열이다. 고열 외에도 오한 발한 식욕감퇴 체중감소 호흡곤란 기침 두통 등 감기에 걸렸을 때 겪는 증상들이 고루 나타난다. 따라서 3∼4일 이상 치료를 해도 감기 증상이 사라지지 않을 때는 한번쯤 심내막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 때는 무엇보다 겸험이 많은 전문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심장질환에 정통한 의사는 청진기를 통해 들려오는 심장의 잡음만 듣고도 판막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구별할 수 있다. 물론 정확한 검사를 위해선 심장초음파검사가 필수적이다. 초음파검사를 해보면 심장에 침범한 세균에 일으킨 염증으로 인해 판막이 훼손돼 너덜거리는 특징적인 병증이 보인다.
연세의대 소아심장과 이승규 교수는 “선천적으로 심장기능이 약한 사람,판막구조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치료를 해도 열이 떨어지지 않을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며 “우리 주위에는 자신의 심장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심내막염 진단 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기수 전문위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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