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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국민]‘피임’…“설마 임신하겠어” 방심하면 |
[국민]‘피임’…“설마 임신하겠어” 방심하면 덜컥！
“분위기에 휩쓸려 피임 없이 관계를 가졌는데,날짜가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생리가 없습니다. 며칠동안 잠도 못 자고,밥도 못 먹고 임신했을까봐 전전긍긍 피가 마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발 도와주세요.”
산부인과 상담 게시판이나 성과 관련된 사이트 등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상담 사례 중 하나다. 병원 방문 또는 임신여부 테스트 등도 해보지 않고,혼자 속만 태운다. 하지만 다시 생리가 시작돼 임신이 아닌 것을 알게 되면 그동안의 공포는 쉽게 잊는다. 이러다 보니 다음 번에도 피임을 소홀히 하게되고,같은 고민을 반복하다 결국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성인 남녀 피임 인식 ‘낙제점’=맞벌이 직장인 김순회(가명· 27)씨는 넉달 전 첫 아이를 낳고 아이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내다 최근 고민에 빠졌다. 회사 복귀를 얼마 안 남겨둔 시점에 또 다시 덜컥 임신을 한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모유를 먹이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피임이 된다고 믿고,피임을 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둘째 아이는 3년 후에나 계획하고 있던 김씨 부부는 현재 인공 임신중절술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최근 한 산부인과 의약품 전문 제약사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5대도시에 사는 25∼40세 남녀 711명을 조사한 결과,우리나라 성인 남녀의 피임 인식 및 이해도 수준은 낙제점인 40.7점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 10명 중 3명은 성관계시 피임을 하지 않는 이유로 ‘설마 임신할까’하는 안이한 태도를 꼽았다. 청담마리산부인과 홍순기 원장은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은 10∼40대말까지 임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피임 불감증으로 ‘설마’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피임에 대한 무관심이나 무지는 결국 원치않는 임신으로 이어져 낙태,미혼모와 같은 엄청난 개인적 사회적 문제를 초래한다. 피임에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전혀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들 때문에 몸이 상하고,삶의 질이 가혹하게 저하되기도 한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석현 교수는 “인공 임신중절 수술은 자궁에 구멍이 뚫리는 자궁 천공,자궁경부 무력증,골반 염증성 질환 등의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계획적인 피임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는 것만이 낙태로 인한 후유증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자신의 성생활 맞는 피임법 선택=피임법을 제대로 아는 것도 중요하다. 피임법에는 남성을 대상으로 한 콘돔과 정관 절제술이 있으며 살정제,먹는 피임제,자궁내 장치(루프),난관 결찰술,응급 피임약(노레보정),피부밑 이식형 피임제(임플라논) 등은 모두 여성용이다.
각각의 피임법들은 모두 나름의 장단점을 갖고 있다. 이를 잘 알고,자신의 성생활 습관에 맞춰 피임법을 선택해야 실패율도 줄이고 성생활 만족감도 높일 수 있다. 김석현 교수는 “피임법을 선택할 때는 관계 횟수,출산 경험,출산 계획,커플간 상호협조 정도,성감에 대한 고려,그리고 특정 피임법 사용을 제한하는 병력이나 신체 조건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콘돔은 1주일에 관계가 1회 미만인 커플이나 출산 직후 사용에 적합하다. 살정제는 다른 방법에 비해 피임 효과가 낮아 콘돔과 함께 사용한다. 성관계 15분 전에 삽입해야 질내에서 용해돼 효과가 있다.
먹는 피임약은 1주일에 성관계가 2회 이상인 경우,효과를 볼 수 있다. 생리 첫날 시작해서 매일 일정한 시간에 3주간 복용하고 1주일은 쉰다. 하지만 35세 이상의 흡연자,임신 가능성이 있는 경우,고혈압이나 간질환 환자 등은 복용을 삼가야 한다.
피부밑 이식형 피임제는 출산계획을 장기간 미룰 경우에 적당하다. 생리 시작한날부터 5일 안에 여성의 윗팔 피부 바로 밑에 가느다란 봉을 이식하면 향후 3년간 피임이 지속된다. 하지만 초반에 불규칙한 질 출혈이 나타날 수 있어 반드시 의사와 상의후 시술받아야 한다. 응급 피임약은 성관계후 3일내에 2알을 복용할 경우 약 75%의 임신 예방 효과가 있다. 하지만 단 한차례 성관계에 한하여 효과가 있으며,여러번 사용할수록 임신 예방 효과는 떨어진다. 또 출혈 및 생리 불순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난관 결찰술(여성의 나팔관을 자르거나 묶는 수술)이나 정관 절제술(일명 정관 수술)은 영구피임을 원하는 자녀가 있는 부부에 적당하다.
◇서로 건강 챙기는 피임 습관 필요 =피임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생활 속에서 성관계가 ‘생명’과 관계된 책임을 필요로하는 행위라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또 어떤 피임 방법이든 100%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 충분한 사전 및 사후 상담을 통해 어느 피임방법에서 어떤 효과를 얻을 것인가를 정확하게 아는 것만이 본인이 실천하고 있는 피임제의 효과를 확실하게 누릴 수 있다.
먹는 피임약의 경우,복용할 시간이 되면 남자 쪽에서 함께 챙겨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생리주기,성관계 날짜,불규칙한 질 출혈 등을 기록할 수 있는 ‘산부인과적 달력’을 만드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도움된다. 또 피부 이식형 피임제 등 장기 피임제를 시술 받았을 때는 6개월에 한번씩 정기 검진을 받도록 한다.
민태원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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