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식구나 친구의 심한 코골이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새운 경험이 한두번쯤은 있을 것이다. 대부분은 피곤해서 그러려니 생각하고 그냥 지나친다. 하지만 ‘코를 골면서 잠깐 잠깐 숨이 멎는다면?’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최근 중년층의 상당수가 이처럼 수면중 심한 코골이와 함께 간헐적으로 호흡이 끊기는 ‘수면 무호흡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신철 교수팀이 경기도 안산의 40∼69세 남녀 502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한 결과 남성의 27%,여성의 16%가 수면 무호흡 증상으로 진단됐다. 또 수면중 무호흡 증세와 함께 낮동안 심한 졸림증을 동반하는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도 남성의 4.5%,여성의 3.2%가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호흡 장애에 대한 국내 연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면 무호흡증이란=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에게는 코를 골다 ‘컥’하고 숨이 막혀서 한동안 숨을 쉬지 않다가 갑자기 ‘후’하고 숨을 몰아쉬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이렇게 잠을 자면서 숨이 멎는 상태가 10초 이상 지속되는 것을 수면 무호흡이라고 한다. 잠자는 동안 이런 무호흡이 1시간에 5차례 이상 나타나거나,무호흡이 7시간 자는 동안 30차례 이상 나타나면 ‘수면 무호흡증’이라는 ‘질병’으로 간주한다.
이 가운데 상부 기도(공기통로)가 심하게 좁아지거나 막혀서 생기는 것을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이라 한다. 수면 무호흡 환자의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기도에는 이상이 없으면서 잠잘 때 호흡을 정상적으로 유지·조절하는 호흡 중추가 불안정하여 생기는 것을 중추성 수면 무호흡증이라 한다. 두가지 유형이 함께 있는 경우도 있다.
비만은 기도의 공간을 좁게 해 코골이나 수면 무호흡을 잘 일으킨다. 하지만 비만과 무관하게 코를 골거나 수면 무호흡을 보이는 사람도 많다. 기도 부위 근육 긴장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또 편도선이 특별히 크거나,혀가 비대한 사람,하악골(아래턱뼈) 발육에 문제가 있어 잘 때 혀가 안으로 말려드는 사람도 무호흡증을 보일 때가 있다.
◇돌연사 원인 되기도=수면 시간이 길더라도 얕은 잠을 자고 수십번씩의 호흡 정지가 매일밤 반복되면 낮동안에 만성적인 피로감과 졸음이 엄습하게 된다. 참을 수 없는 졸음은 집중력과 판단력을 떨어뜨려 업무 능률이나 학업 성적을 낮춘다. 또 성격 변화나 성적 능력의 저하를 초래하고 교통사고,안전사고의 위험성도 높인다.
수면 무호흡 환자는 또 자는동안 혈중 산소가 부족하게 되고 심박동수,혈압 등이 짧은 시간내에 극심한 변화를 보이기 때문에 고혈압 등 각종 순환기병이 잘 생기고 당뇨병의 원인인 인슐린 부족상태로 발전할 수도 있다. 수면 무호흡 환자가 폐질환이나 심장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이를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엔 잠자다 원인 모르게 갑자기 사망하는 돌연사의 원인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다. 해맑은이비인후과 이화식 원장은 “수면 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고혈압은 2배,부정맥 2배,관상동맥질환 3배,뇌혈관질환 4배,교통사고는 3∼7배 발생률이 높다”고 말했다.
◇치료·예방법=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이철희 교수는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은 본인보다는 주변 가족이 가장 잘 안다”면서 “가족중에 자다가 10초 정도 호흡이 끊기는 사례가 시간당 5차례 이상 또는 하룻밤에 30차례 이상 나타난다면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수면다원검사는 환자를 일상과 거의 같은 상태의 잠에 빠지도록 한 뒤 코와 입을 통한 공기의 출입,가슴과 복부의 호흡 운동,뇌파,안구운동,혈중산소포화도,심전도,근전도 등 7가지 검사를 종합해 수면 무호흡증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확진을 받은 경우는 콧속 장치 삽입,수면중 산소마스크 착용 등 물리적 방법과 수술 등을 통해 치료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은 수면 방법이나 생활습관에 변화를 줌으로써 개선될 수 있다. 우선 비만일 경우 체중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비만인 사람에게서 코골이나 수면 무호흡증이 잘 나타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체중을 줄일 경우 증상이 좋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과다한 체중이 목조직과 폐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호흡에 방해를 주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옆으로 누워서 자는 것도 효과가 있다.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은 불독 계통의 개를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진 특징. 동물들은 주로 엎드려 옆으로 누워 자기 때문에 코를 골지 않는다. 사람의 경우도 바로 눕기보다는 옆으로 누워서 수면을 취할 경우,인후부의 구조물들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공기 통로를 막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을지의대 병원 수면클리닉 김선욱 교수는 “술과 담배를 자제하고 수면제·진정제·항히스타민제같은 약물은 수면 무호흡증을 악화시키므로 금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밖에 밤을 새거나,늦잠을 자지말고 항상 일정한 수면시간을 유지하도록 하며,잠자기 전 과식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민태원기자 twmin@kmib.co.kr
|
제 목 : [국민]신나게 코골다 컥！ 그러다 큰일난다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