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치매의 날'…예방법과 잘못된 상식]
혈관성 원인땐 완치가능
적당한 음주는 되레 도움
고스톱ㆍ바둑은 효과 적어
21일은 세계치매의 날이다. 치매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흔한 질병이다. 특히 요즘에는 노년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노인층의 삶의 질에 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면서 치매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치매란 정상적으로 활동하던 사람이 뇌의 각종 질환으로 인해 지적 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뇌세포는 몸의 다른 세포(예를 들어 간세포, 피부세포)와는 달리 일단 손상되면 재생이 되지 않는다. 즉, 아무리 좋은 약제가 있다고 해도 일단 손상된 뇌세포를 살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그 원인을 미리 파악하고 예방하는 게 최선이다. 무엇보다 치매에 관한 여러 가지 근거 오해들을 배제하고 과학적으로 잘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초기 치매 증상=치매 증상은 일반적으로 환자도 보호자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치매 초기증상을 잘 알아둬야 한다.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은 △기억장애 △언어장애 △방향감각 저하 △계산력 저하 △성격 및 감정의 변화 등이다.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기억력 감퇴와 하고 싶은 언어 표현이 즉각적으로 나오지 않는 증상이다. 그 다음으로 방향감각이 떨어지고 계산에 실수가 나타나며 성격이 변화되는 증상들이 나타나는데, 이때는 초기를 넘어섰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억 감퇴 증상이 나타나면 치매 초기임을 확인하기 위해 전문기관을 찾는 것이 좋다.
◆치매에는 약도 없다(?)=치매는 분명 아직까지 현대의학으로는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다.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의 경우에는 원인을 알 수 없으므로 특별한 치료법도 아직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모든 치매가 이런 것은 아니다. 국내 치매환자 4명 중 1명에 해당하는 혈관성 치매의 경우에는 비교적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보다는 예방과 치료가 손쉽다.
혈관성 치매는 고혈압, 동맥경화 등 뇌혈관이 손상돼 발생하는 병이다. 이 경우에는 혈압과 콜레스테롤 조절과 같은 뇌혈관 치료를 받으면 예방이 가능하며 자연 치료도 충분히 할 수 있다. 특히 뇌졸중이 반복되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뇌졸중 조기치료만 잘 해도 충분한 치매 예방이 가능하다. 노인성 치매와 같은 경우는 치료가 어렵지만 보통 약물 복용을 통해 악화를 늦출 수는 있다.
◆고스톱과 바둑은 치매를 예방한다(?)=고스톱을 못 치던 노인들조차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고스톱이나 바둑을 배우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소문처럼 떠도는 고스톱 얘기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종합적인 지적능력을 요구하는 놀이는 치매예방에 좋은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의하면 치매 예방에는 바둑이나 고스톱보다 독서가 훨씬 낫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루 1시간 이상 독서를 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치매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젊은 시절부터 꾸준히 운동을 한 사람의 경우 치매 발병률이 낮다. 따라서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고스톱이나 바둑을 두는 것보다는 독서를 하고, 운동을 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치매에 술은 무조건 해롭다(?)=술과 담배가 치매에 직접은 아니더라도 2차적 영향을 주는 건 확실하다. 이것은 술이 뇌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알코올성 치매에 걸리기 쉽다. 하지만 지나치지 않은 적당한 음주라면 오히려 치매 예방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 의과대학의 브레텔 박사가 영국의 한 의학전문지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매일 1~3잔의 술을 마시는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절반 가까이 낮다.
◆흡연은 치매를 예방한다(?)=미국역학잡지에서 보스턴과 매사추세츠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년에 40갑 이상을 피우는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노인성 치매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물론 이것은 단지 역학적인 것일 뿐 의학적으로 규명된 사실은 아니다. 치매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병이기 때문에 담배가 치매에 좋다거나 나쁘다고 잘라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담배는 심장에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심장이 망가지면 피가 제대로 돌지 못하기 때문에 뇌혈관에 악영향을 주어 뇌세포는 죽고 만다. 그렇게 되면 치매 증상이 오게 된다. 담배는 심장이 약하거나 혈관계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필요악인 셈이다.
◆치매도 치료할 수 있다=혈관성 치매의 치료는 혈관성 치매를 일으키는 위험요소를 모두 없애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질증, 심장병, 흡연, 비만, 운동부족 등이 있는데 이와 같은 위험요소를 없애는 것이 치매에 대한 약물 치료 이상으로 중요하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건강했던 뇌세포들이 서서히 죽어가면서 치매 증상이 발생한다. 아직까지도 왜 뇌세포가 죽어가는지 완벽하게 밝혀지지는 못했다. 다만 유전자의 이상 때문에 잘못된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이 잘못된 단백질이 뇌세포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츠하이머병을 초기에 발견하더라도 아직까지 개발된 획기적인 치료법은 없다.
이와 함께 치매 환자들은 기억장애 같은 인지기능장애 외에 수많은 이상행동이나 감정의 변화를 보인다. 우울, 불안, 초조, 수면장애, 망상(남을 의심하는 증상), 공격적 행동, 배회, 부적절한 성적행동 등의 증상들은 가족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치게 만들고 경제적인 부담을 더하게 한다. 다행히도 최근 이와 같은 이상행동을 조절해주는 약물들이 많이 개발돼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환자를 돌보는 데 있어 훨씬 수월해졌다.
<도움말=나덕렬 삼성서울병원 교수, 박지현 세란병원 신경과장>장창민 기자(cmja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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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헤럴드경제]꾸준한 독서ㆍ운동… 치매 물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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