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성 지방 섭취 증가 탓
3시간 이내에 병원 찾아야
"현관을 들어서면서 겉저고리를 벗고 목욕탕으로 향했다. 얼굴에 물을 적시는데 순간적으로 뒷머리가 띵하고 아찔해옴을 느꼈다. '내가 왜 이럴까' 하는 생각과 함께 칫솔을 입속에 넣은 뒤 두번쯤 문질렀을까. 갑자기 왼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일어나려고 발버둥쳤지만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다. "40대 후반 직장인의 뇌졸중 경험담이다.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자가 과거엔 겨울철에 집중됐다. 수은주가 떨어지면서 뇌혈관이 터진(뇌출혈) 결과였다. 그러나 최근에 연중 비슷하게 발생하거나 오히려 여름철에 많아졌다. 원인은 동물성 지방 섭취 증가 등 식생활 변화로 뇌졸중이 서구화됐기 때문. 서구형 뇌졸중이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을 뜻한다. 서양에선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뇌출혈(출혈성 뇌졸중)의 발생 비율이 8대 2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림의료원 뇌혈관센터 자료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뇌경색과 뇌출혈 환자의 발생 비율은 67% 대 33%. 서구형에 근접하고 있다. 1981년엔 뇌출혈이 78%, 뇌경색이 22%로 정반대 양상이었다. 뇌경색 환자가 뇌출혈 환자보다 많아진 것은 1995년 이후다.
한림대 성심병원 신경과 이병철 교수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지난달 2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국제 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했다.
뇌경색이 급증한 원인으론 식생활 변화와 함께 흡연을 꼽을 수 있다. 또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의 증가, 과로.스트레스의 사회적 현상도 한몫한다. 뇌경색은 치사율이 뇌출혈보다 낮다. 그러나 증상이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반면 뇌출혈은 처음에 확 나빠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좋아진다.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신경과 김영인 교수는 "몸 한쪽 마비는 뇌경색.뇌출혈의 공통 증상"이며 "더 심하게 어지럽고 토한다면 뇌출혈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뇌혈관은 한번 망가지면 완치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뇌경색은 예방이 최선이다.
언어 장애, 한쪽 마비, 시야 장애, 갑작스러운 두통 등 뇌경색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3시간 이내에 병원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혈전용해제 투여가 가능하다. 그러나 3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하는 환자는 12%에 불과한 실정이다.
박태균 기자 |
제 목 : [중앙]뇌경색>뇌출혈 뇌졸중도 서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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