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예비군, '헌혈핑계 휴식' 없습니다
헌혈 기피 현상 등으로 혈액부족 지속
그날 헌혈량을 다음 날 소비하는 상황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헌혈기피 등으로 혈액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뜻하지 않은 악재들이 겹쳐 혈액수급난이 가중되고 있다.

15일 육군 31사단에 따르면 사단은 '예비군 헌혈자들에게 정해진 시간외 휴식을 줘서는 안된다'는 지침에 따라 지난 6월부터 헌혈시간을 점심시간인 정오-오후 1시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올 상반기 '헌혈자에게만 휴식을 주는 관행은 부당하다'는 민원 제기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번 헌혈하면 휴식을 이유로 사실상 오후 훈련을 면제 받을 수 있다'는 '잿밥'이 사라지자 예비군들은 혈액원 관계자들의 읍소에도 '금쪽깥은 점심시간에 누가 헌혈을 하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광주.전남 지역의 예비군 헌혈자는 4천900여명으로 지난해 2만 1천여명의 절반도 채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헌혈을 할 때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하는 헌혈 실명제가 7월부터 실시되고 있지만 이 제도 역시 헌혈자 감소에 한 몫하고 있다.

길거리 헌혈 차량이나 헌혈의 집을 찾은 상당수 시민들이 신분증이 없어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

이런 경우는 비교적 헌혈에 적극적이면서도 신분증이나 학생증을 안 갖고 다니는 고등학생들 사이에 특히 빈번하다.

혈액원 관계자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혈소판과 적혈구를 합쳐 하루 평균 600유니트의 혈액이 소비되고 있지만 재고량은 이를 겨우 넘는 800유니트 수준에 그쳐 '그날 헌혈량을 다음 날 소비하는' 위태로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대한 적십자사 광주.전남 혈액원 관계자는 "예비군 훈련 통제, 혈액 관리 체계화 등 좋은 취지로 변경된 제도를 놓고 원망만 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며 "더 많은 시민의 헌혈을 위해 홍보활동을 강화하는 방법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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