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英, 암 유전자 없는 아기 선택출산 승인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 유전성 암에 걸린 부모들이 보건 당국으로부터 같은 유전 형질을 물려받지 않은 아기를 선택적으로 출산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고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이번에 영국 보건 당국으로부터 암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인자를 가지지 않은 아기를 선택적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허용받은 부모는 대장암의 일종인 가족성선종성용종증(FAP)로 고통을 받고 있는 4쌍의 부부들이다.

영국의 태생학 관련 의료시술 감독기구인 인간수정태생국(HEFA)의 승인이 떨어짐에 따라 이들 부부는 시험관수정(IVF)을 통해 다수의 배아를 만든 뒤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 FAP 유전인자를 물려받지 않은 배아를 골라 출산할 수 있게 됐다.

이른바 특정 유전형질을 가졌거나 가지지 않은 아이를 선택적으로 출산하는 `맞춤아기'(designer baby) 시술이 가능해 진 것이다.

FAP로 고통받고 있는 한 부부는 "다음 세대에 암 유전자를 물려주지 않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너무나 기쁘다"면서 "우리의 아기가 암에 걸리지 않는 것은 물론 그 다음 세대로 또다시 암을 물려주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FAP가 다음 세대로 유전되는 확률은 50%. 하지만 이번 맞춤아기 시술로 이런 확률을 영구히 차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국 의료계는 이번 조처에 대해 "유전성 암을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면서 "인류가 벌이고 있는 암과의 전쟁에서 신기원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시술을 담당할 런던 소재 유니버스티 칼리지 대학병원의 폴 서할(Paul Serhal)박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역사를 창조하고 있다"면서 "다른 유전 질환으로도 확대가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종교계와 생명윤리 단체 등 비판론자들은 "출산 과정을 통해 특정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제거하거나 선택하는 일은 지능과 외모, 체력 등 사회.경제적 이유로 배아 단계에서 아기를 선택하는 맞춤아기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게 될 것"이라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lc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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