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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국민][‘식물성 호르몬제’ 알고 드시나요] |
“광고만 믿지 마세요
최근 식물성 호르몬이 함유됐다는 건강 보조식품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갱년기 증상 치료에 사용되는 여성 호르몬 대체 약물(HRT)이 유방암 심장병 뇌졸중 등의 발생률을 높인다고 알려지면서 많은 폐경기 여성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 틈을 타 식용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성분으로 ‘부작용이 없다’는 건강식품들이 대거 출시돼 여성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고 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식물성 호르몬 함유 건강 식품은 100여종에 이른다.
식물성 호르몬제는 ‘파이토 에스트로겐’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화학 구조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해서 체내에서 유사한 작용을 나타내는 물질이라는 뜻이다. 대표적인 게 콩(대두)에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소플라본과 석류 추출물,달맞이꽃 종자유,가리비조개 칼슘 등이 있다. 식물성 호르몬제 예찬론자들은 이들 성분을 꾸준히 먹으면 여성 갱년기에 나타나는 안면 홍조,골다공증,발한,불면증,성욕감퇴 등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식물성 호르몬이 호르몬 약물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식물성 호르몬은 약물로 복용하는 에스트로겐 용량에 비하면 함량이 극히 적기 때문에 안면홍조 같은 일부 증상을 완화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갱년기 증상 전반을 개선시키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콩 추출물의 골다공증 예방효과를 대한내과학회에서 발표한 부산 메리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미경 박사는 “임상결과,약간의 효과가 있었으나 그 정도가 미미하고 기간도 3개월에 불과해 아직 결론을 내리긴 힘들다”고 밝혔다.
석류도 호르몬제 한 알을 대체하려면 과육은 물론 씨까지 남기지 않고 700∼800개는 먹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만큼 먹는 것도 불가능하고,만약 먹을 수 있다 해도 위나 폐를 상할 염려가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석류 엑기스는 장기간 복용해도 부작용을 일으키지는 않지만,역시 한꺼번에 많이 섭취하는 것은 좋지 않으므로 하루 300㎖가 넘지 않게 먹어야 한다.
달맞이꽃 종자유도 안에 든 ‘감마 리놀렌산’ 성분이 체내 생리 작용을 유발하는 호르몬 및 호르몬 유사 물질을 만들기 때문에 생리통,월경불순,노화방지,류머티즘성 관절염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개인차에 따라서 나타나는 효과일 가능성이 높을 뿐더러 그 효과들이 꼭 달맞이꽃 때문이라는 근거 또한 없다.
고려대병원 산부인과 김탁 교수는 “식물성 호르몬은 많은 광고를 통해 갱년기 치료에 적합한 제품임을 주장하고 있지만,그 성분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져 있지 않고,함량이 적어 갱년기 증상을 앓고 있는 여성들을 위한 대체 요법이 될 수 없다”면서 “더구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도 만만찮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건강 보조식품에 의존하기보다는 개인별로 득과 실을 따져 호르몬제 병행 치료를 계속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안면 홍조나 갱년기 증상이 있는 여성,골밀도가 낮아서 골다공증 위험이 높은 여성,질 건조증이나 가슴 두근거림,불면증 등 갱년기 증상이 심한 여성은 에스트로겐 또는 황체 호르몬을 포함하고 있지 않으면서도,유사한 속성을 가진 합성 호르몬제(티볼론 제제) 복용을 고려해볼 만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 단,유방암이나 자궁 내막암에 걸린 여성,원인 모를 질 출혈이 있는 여성,간 기능 장애가 있으면서 간 질환을 앓고 있는 여성은 복용해선 안된다.
민태원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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