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증후군, 환경오염, 편중된 영양 등에 따른 환경질환인 ‘아토피 피부염’이 사계절 내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4세 이하 영유아는 6명 중 1명(18%)꼴로, 전체 국민 중에는 2.4%가 아토피 질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아토피 환자 중에서는 9세 미만 어린이가 63.6%를 차지하고 있어 아토피 피부염은 학령기 아동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질병이 되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은 대개 가려움을 참지못해 계속해서 긁어대며 밤잠을 설치게 하므로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크게 떨어뜨리게 하는 원인이 된다. 또 진물과 흉한 상처로 대인 기피 현상까지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다. 더욱이 최근 병원의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어린이, 청소년들이 또래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장 발육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나, 아토피의 조기치료에 부모들의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이란
가렵고, 건조하고, 민감한 피부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증후군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어린이에게 주로 나타나지만 모든 연령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전염되지는 않는다. 발생 원인은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가족력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으로는 붉은 발진이 생기고, 진물과 함께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인설(비듬 같은 피부껍질)이 생긴다. 또한 피부를 긁어 발진이 더 심해지면, 피부가 두꺼워지고 더 어두워진다. 흔히 발생하는 부위는 관절의 안쪽으로서 팔꿈치 안쪽, 무릎의 뒤쪽, 목 등에 잘 생긴다.
▲아토피, 어린이 성장발육 저하시킨다
피부질환 전문병원인 혜원한의원(원장 권기영) 아토피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아토피 피부염으로 내원한 6∼15세 어린이 및 청소년환자 624명(남 298명, 여 326명)의 연령대별 평균 키는 2003년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조사한 전국 초·중·고생 각 연령별 표준 평균 키에 비해 남자는 ―4.76㎝, 여자는 ―5.39㎝로 전체 평균 5.1㎝나 작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토피를 앓고 있는 어린이들의 내원 당시 키는 또래들의 평균 키에 비해 연령대별로 최소 ―2.2㎝부터 최대 ―7.5㎝까지 차이가 났다. 또 연령대가 증가할수록 키 차이는 더욱 벌어져 이들이 사춘기에 이르렀을 때는 친구들에 비해 상대적 저신장으로 인한 자신감 약화와 콤플렉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토피 어린이 성장이 더딘 이유
아토피 어린이들의 키가 작은 주요 원인은 극심한 가려움증과 상처, 예민한 신경 때문에 밤에 충분하게 숙면을 취하지 못해 성장호르몬의 생성을 방해받는 데 있다. ‘아이들은 자면서 자란다’는 말처럼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최대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은 신체 성장, 특히 골격계 성장과 출생 후 2세 이후의 신장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소아 아토피는 태어난 지 수개월 이내부터 한창 발육과 신체 성장이 왕성한 청소년기까지 다양한 시기에 발병해 본격적으로 치료해도 최소 3∼4개월부터 1년 이상까지 길게 걸린다. 따라서 성장에 매우 중요한 이 시기에 아토피 어린이의 경우 수년에 걸쳐 야간 수면장애를 경험함으로써 최대 성장호르몬 분비 시간대를 상실하게 되어 정상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두 번째 원인은 부모들이 가려움증 등 증상 악화를 우려해 한창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 청소년에게 우유, 고기류, 등 푸른 생선, 콩 등 성장에 꼭 필요한 단백질류 섭취를 무턱대고 제한하거나 과도하고 잘못된 식이요법으로 단백질뿐 아니라 탄수화물, 지방, 비타민, 무기질(특히 칼슘) 등 성장에 필수적인 5대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하지 못하는 데 있다.
또 오랫동안 아토피를 앓으면서 자신감 상실과 대인 기피 등의 소극적 성격 때문에 운동과 바깥 활동이 줄면서 성장판 자극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저성장을 초래할 수 있다. 자신의 바깥 피부가 외관상 좋지 않아 발생하는 스트레스도 원인이 된다.
▲아토피 치료는 빠를수록 좋다
아토피 치료기간은 길다. 따라서 어린이들의 정상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성장판이 많이 열려있는 어릴 때부터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 장애요인을 조기에 제거하고, 숨어있던 성장 잠재력을 단시간 내에 최대한 발휘하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이다. 성장이 끝난 이후(골격이 완성된 이후)에는 아토피를 치료하더라도 부족한 성장치를 끌어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여자 어린이는 초경이 시작되면 성장이 둔화되므로 그 전에 반드시 치료해줘야 한다.
둘째, 아토피 어린이들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 호르몬은 깊은 잠을 잘 때 분비가 더욱 잘 되므로 최대 분비시간인 밤 10시 이전에 자도록 생활관리를 엄격하게 해주는 게 필요하다. 재우기 전에는 약간 미지근한 물로 샤워나 목욕을 시키고, 목욕 후 몸에 물기가 남아 있을 때 베이비오일로 전신을 마사지한 다음 로션이나 크림을 적당히 몸에 발라준다. 잠 잘 때 옷은 부드러운 면으로 된 옷을 입히고, 옷이 피부에 달라붙지 않도록 느슨하게 입힌다. 또 집 먼지 진드기가 피부염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집안 청결에 신경쓰고, 50∼60% 이상으로 실내습도를 유지시켜 줘야 한다.
셋째, 치료와 함께 운동, 균형 잡힌 식이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하루 20분 이상의 규칙적인 운동은 뇌하수체를 자극하여 성장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걷기, 줄넘기, 단거리 달리기, 체조, 테니스, 배드민턴, 배구, 농구, 탁구 등은 키 크는 데 이로운 운동으로 골관절 부위의 성장선을 자극해 성장을 촉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또 균형 잡힌 식이요법과 우유, 고기, 생선류 등 아토피 환자의 주요 회피음식의 영양소를 대신할 개인별 대체식단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커피, 홍차, 아이스크림, 청량음료는 금해야 하며 시금치, 당근, 귤, 흰 살 생선 등을 많이 섭취하도록 한다. 이 밖에 성장에 도움이 되는 구기자, 오가피, 음양곽, 인삼, 녹각, 녹용 등의 한약재들도 도움이 된다.
조원익기자/wick@segye.com
〈도움말:혜원한의원 아토피연구소 권기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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