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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SBS]COPD(숨 막히는 병) 급증 |
▲ 폐기능 검사
어제는 숨을 잘 쉬지 못하는 60대 남성을 만났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마치 금방 100미터 달리기를 한 사람처럼 숨을 몰아 쉬었습니다. 게다가 쉼을 쉴 때 마다 목에서 휘파람 소리가 났습니다. 아주 작은 관을 센 바람이 지나는 것 같았습니다.
또 1-2분 간격으로 기침을 했습니다. 이 남성은 숨을 몰아 쉬고 잦은 기침을 하면서 너무 괴뢰와 했습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그랬냐고 물었습니다. 지난해 겨울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 지면서 숨을 쉴 수가 없어 쓰러졌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응급실에 실려 왔는데 그 후로 지난 1년 동안 ‘숨 막히는 병’에 걸렸다고 했습니다.
특히 감기라도 걸리면 증세가 더 심해지고 계단을 오르거나 조금만 걸어도 숨을 쉴 수가 없어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 남성의 폐 기능을 알아봤습니다. 비슷한 나이의 건강한 사람에 비해 폐 기능이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떨어졌습니다.
특히 폐를 X-선 촬영 했더니 공기가 드나드는 기관지가 절반이하로 좁아졌습니다. 게다가 폐 속으로 들어간 공기가 밖으로 나가지 못해 폐가 잔뜩 불어 놓은 풍선처럼 부풀어 있었습니다. 좁아진 기관지가 밖으로 나가려는 공기를 막았기 때문입니다. COPD 즉 숨 막히는 병에 걸린 환자였습니다.
COPD는 원인의 90%가 담뱁니다. 이 남성의 경우 15살 때부터 50년 동안 담배를 피웠다고 합니다. 담배 다음이 공해, 먼지, 간접흡연 순입니다. COPD는 담배를 하루 한 갑 이상 15년에서 20년 동안 피웠을 때 걸리기 시작합니다.
나쁜 담배 연기가 기관지의 점막을 자극해 점막을 부어 오르게 하기 때문에 결국 기관지가 좁아져 숨이 막히게 되는 것 입니다. 또 폐로 들어오려는 해로운 물질을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섬모의 운동도 방해해 잦은 기침이 나오게 되는 것 입니다.
기관지가 좁아져 숨이 막히는 병인 COPD는 증세가 점점 나빠져 결국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병입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사망원인 3위로 올라섰고 우리나라도 암과 뇌 혈관 장애, 심장병에 이어 4위까지 치고 올라왔습니다.
앞으로 5년 뒤에는 2위까지 부상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0년 전인 지난 1995년에는 45세 이상 된 남성 가운데 5%선이었으나 최근 호흡기학회에서 조사한 결과 12%로 10년 만에 2.4배나 크게 늘었습니다.
게다가 청소년과 여성들의 흡연률이 급증하고 있어서 환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청소년과 여성 흡연률 증가는 앞으로 10년 뒤에는 30-40대 환자가 엄청나게 늘어 난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과 여성은 한번 담배를 피기 시작하면 끊기가 어렵습니다. 청소년은 자라는 시기 여서 덜 자란 세포가 담배 연기의 공격을 받으면 담배를 좋아하는 세포로 유전자의 변형이 와서 끊기가 어렵게 됩니다.
또 한 달에 한번 생리를 하는 여성들은 생리 전에 무엇인가 해야 하는 욕구가 생기는 ‘생리 전 증후군’으로 담배를 끊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담배를 핀지 20년 되는 때가 청소년의 경우는 30대-40대가 됩니다. 또 여성은 폐가 남성의 3분의 2에 불과해 같은 양의 담배를 필 경우 남성보다 훨씬 많은 피해를 입게 됩니다. 그러니까 COPD에 걸리는 것도 남성보다 3-5년은 빨리 올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COPD는 치료 방법이 없습니다. 감기나 폐렴은 갑자기 일시적으로 폐가 손상을 입는 경우기 때문에 병이 나은 뒤에는 다시 좋아집니다. 그러나 COPD는 폐가 조금씩 조금씩 10년, 20년, 30년에 걸쳐 나빠졌기 때문에 원 상태로 좋아질 수 없습니다.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입니다.
그런데 COPD는 사회적 경제적 비용이 엄청나게 드는 질병입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을 쉴 수 없고 기침이 계속 나오니 일을 할 수가 없어 직장을 그만 둬야 합니다. 산책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집안에서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병입니다.
30-40대 한창 일을 할 나이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집에만 있어야 하는 것이죠. 또 폐암에 걸리면 비교적 오래 살지 못하는데 COPD는 숨을 잘 쉬진 못하지만 10년 이상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 환자를 돌봐야 하는 사회적 경제적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COPD도 일찍 발견해 치료를 받으면 일하는데 지장 없이 오래 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원 상태로 좋아질 수는 없고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죠. 게다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더 나빠지지 않게 평생 관리를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최근 담배를 20년 이상 핀 사람 가운데 4명중 한명이 COPD 잠재 환자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조사를 해 봤더니 전체 잠재환자 중 8%만이 병원을 찾았을 뿐, 나머지 92%는 병원 진료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잠재환자의 55%는 어떤 치료나 처방조차 받지 않고 있었으며, 31%는 호흡곤란, 기침, 잦은 감기 같은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약국, 한약, 민간요법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즉 잠재 환자들은 COPD에 대한 인식이 낮아 증상 진행 중임에도 근본적인 치료는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COPD로 진단된 환자들은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받아야 하는 치료를 잘 따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COPD 환자 가운데 45%가 1년 만에 치료를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증상이 발생할 때만 흡입하는 천식과 달리, COPD는 꾸준히 약물을 흡입하여 호흡곤란 증상 등 더 이상 폐 기능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와 치료해야 함에도 대부분 환자들이 증상이 발생할 때만 약물을 흡입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COPD 환자가 병원을 찾아 진단 받기까지의 기간을 조사한 결과, 호흡곤란, 기침 등 COPD 증상이 발생한 지 평균 1년 10개월 만에 병원을 찾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COPD 환자들은 질환 명이 어려워 의사로부터 다른 질환으로 진단 받거나 스스로 잘못 인식하여 COPD가 아닌 천식(23%), 기관지염(15%)으로 알고 있었고, 만성폐쇄성폐질환나 COPD로 질환 명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경우는 전체 COPD 환자의 14%에 불과해 질환에 대한 인식부족이 치료와 관리 소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COPD를 예방하는 길은 하루라도 빨리 담배를 끊는 것 입니다.
이찬휘 기자 chanhwi200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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