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을 정리하는 연말. 회식에, 송년회에 각종 모임으로 직장인들 달력에는 이미 빨간 동그라미 투성이다.
술을 피하고 싶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술을 먹었다가는 간(肝)이 허락하지 않는다. 가급적 1주일에 적어도 2~3일은 간이 쉴 수 있는 '휴간일(休肝日)'을 가지라는 게 전문의들의 조언이다.
토끼전에 등장하는 토끼처럼 간을 떼어 놓은 후 술을 마시고 싶지만 말도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하는 술. 어떻게 마셔야 건강을 지키면서 술을 마실 수 있을까.
▶술 먹기 전=술을 먹기 전 빈 속을 채우는 것은 중요하다. 음식물이 술의 흡수를 지연시켜 주기 때문이다. 특히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한 간에 급작스럽게 알코올이 흡수될 경우 더 빨리 취하게 된다.
이 외에도 술에 덜 취한다고 몇 병씩 마시는 음료도 있다. 그러나 너무 과신하지 마라. 대표적으로 아스파라긴산이 들어간 음료가 있지만 믿을 만하지 못하다.
이정권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스파라긴산이 알코올 분해를 촉진시키고 독성물질 농도를 낮춘다고 알려져 있지만 아직 임상시험에서 입증된 바는 없다"고 조언한다.
▶술 먹을 때=술 앞에 장사는 없다. 적당히 마시는 게 왕도(王道)지만 쉽지는 않다. 그러나 술잔을 입에 대기 전 머릿속에 몇 가지 사항만 떠올려 보자.
우선 적절한 안주를 먹어라. 특히 단백질은 간이 알코올을 해독할 때 중요한 에너지원 구실을 하기 때문에 필수적이다. 여기에 음주 시 물이나 우유를 마셔주면 위장에 부담도 줄어든다.
콜라나 사이다 등 탄산음료와 섞어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한다. 탄산수 자극으로 위산이 과다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흡연도 줄여야 한다. 니코틴은 알코올과 상호작용을 통해 더 빨리 취하게 만든다.
특히 음주 시 구토가 날 경우 억지로 참지 말아야 한다. 구토는 신체 반응의 하나로 소화능력 이상으로 술을 마셨다는 증거다. 그렇다고 일부러 구토를 한 후 또 술을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구토를 한 후 잠시 기분전환이 될 수 있겠지만 결국 신체에는 큰 무리가 뒤따른다. 알코올은 위에서 10% 정도만 흡수되고 나머지 90%는 소장에서 흡수되기 때문에 구토를 한다고 해도 결국 제거할 수 있는 알코올 양은 많지 않다.
윤수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술을 피할 수 없다면 즐겁게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며 "몇 가지라도 전문가들의 조언을 따르면 건강한 연말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날 해장은=전해질이 풍부한 얼큰한 해장국이 좋다. 과일주스나 스포츠음료를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식혜나 꿀물 등도 해장에 도움은 된다.
과음을 한 후 뜨거운 물에서 사우나를 하는 것도 권장사항은 아니다. 자칫 탈수증을 유발해 의식이 혼미해지거나 몸의 균형을 떨어뜨려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음주 후 커피를 많이 마시기도 하지만 이 역시 좋지 않은 방법이다. 일시적으로 카페인 성분으로 기분은 좋아지지만 소변을 통해 체내 수분이 떨어져 알코올 해독을 방해할 수 있다.
비타민C는 몸 속의 알코올을 분해처리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보고가 있어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것은 좋다.
▶술 덜 먹는 요령 10가지=남궁기 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술자리에서 술을 덜 먹는 방법 10가지를 소개했다.
음주 전 식사를 충분히 해야 하며 갈증이 날 때 물이나 음료를 충분히 마셔야 한다고 조언한다. 작은 잔으로 술을 마시며 술을 따르거나 받을 때 반잔만 받는 습관을 들이고 양주는 얼음이나 물을 타 마시는 버릇을 들이는 것도 좋다. 술을 받았다고 바로 입에 털어 넣지 말고 탁자 위에 올려 놓고 시간을 두고 마시거나 섞어서 술을 마시지 않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이 외에도 술자리에서 이야기나 노래를 많이 하고 남을 욕하기보다는 주로 칭찬을 많이 하라는 조언도 빼먹지 않았다.
제 목 : [헤럴드경제]술자리 2~3일은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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