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숙 정자도 체외서 키워 수정
결혼 8년째인 김모씨(35)는 불임 치료를 위해 유명하다는 병원은 안 가본 곳이 없고 좋다는 한약도 모두 먹었다. 좋다는 건 빼놓지 않고 다 하는 동안 가정은 엉망이 돼 버렸다. 또 ‘생명 하나 키울 수 없는 저주받은 몸’이라는 생각에 눈물로 지새는 날은 점점 늘어갔고,몸도 따라서 지쳐갔다. 10여차례 시도한 시험관 아기 시술도 모두 실패.
이처럼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불임 부부의 심정은 애절하다 못해 절박하다. 하지만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불임에서 벗어날 길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 국내 불임 치료 현황 및 문제점과 대책을 알아본다.
◇불임부부가 늘고 있다=불임은 아기를 원하여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가져도 1년 이내에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2002년 보건사회연구원 발표에 따르면,15∼39세 부부의 13.5%(63만5000쌍)가 불임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만혼이나 결혼후 피임 등으로 인해 35세 이후 첫 아이를 갖는 사회 풍조의 확산이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불임의 원인은 남편과 아내에 각각 절반씩 있다. 남자는 무정자증,정자 수 부족 및 활동 저하,정자 모양 기형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 여성은 배란 이상,난관(나팔관) 폐색,자궁내 혹 등이 불임의 주된 원인이다.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이우식 교수는 “최근들어 심각한 환경오염이나 과다한 업무 스트레스,음주,흡연,약물복용 등으로 인해 남성 불임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면서 “남성쪽 원인도 만만치 않은 만큼 검사를 받을 때는 부부가 함께 검사를 받아 정확한 원인을 규명한 뒤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신률 높이는 치료법들=시험관 아기 시술 프로그램 이후 세상을 뒤흔들만한 새 불임 치료법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임신 성공률은 종전의 20%에서 30∼40%대까지 높아졌다. 체외 수정과 자궁내 착상의 정확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시험관아기 시술 프로그램은 ‘미세정자 주입술’. 수정이 잘 이뤄지지 않거나 심한 남성 불임인 경우에 적용된다. 건강한 정자를 주사바늘처럼 생긴 가는 유리관을 통해 난자 속으로 정확히 찔러주는 방법이다. 임신 성공률이 50%에 육박한다. 무정자증인 경우 고환 조직을 떼어내 그 속에 숨어있는 미성숙 정자를 꺼내 체외에서 키운 다음 시술하기도 한다.
부모의 나이가 많거나 염색체 이상의 위험이 높을 경우에 시행하는 ‘착상전 유전자 진단법’도 확산 추세다. 이는 시험관에서 남편의 정자와 수정시킨 수정란을 자궁안에 넣기 전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전적 결함이 있는 수정란을 가려내기 위한 것이다.
시험관 아기 시술시 남은 난자를 냉동 보관했다가 나중에 꺼내 쓰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해동된 난자를 이용했을 때 임신 성공률은 10% 안팎으로 낮은 편. 시험관에서 수정된 배아 중 일부를 냉동 보관하다 필요할 때 이식하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미성숙 난자나 난소 조직을 채취해 냉동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 성숙시켜 수정시키는 방법도 쓰인다. 주로 조기 폐경이나 방사선 및 항암 치료 등으로 장차 난자를 생산하지 못하게 될 것으로 예상될 때 적용되는 방법이다. 그밖에 다른 건강한 여성의 난자를 제공받아 임신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국내에선 윤리적인 문제로 널리 이용되지 않고 있다.
◇불임 치료에도 보험혜택을=현재 불임의 진단 및 치료 영역에서 건강보험급여가 이뤄지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호르몬검사,자궁난관조영술,정액검사 등 기본 검사는 급여가 이뤄지지만 불임 치료시 반복적으로 시술되는 초음파검사와 같이 비용부담이 큰 검사는 건보급여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물론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아기 시술 프로그램도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이에 따라 불임부부가 한번의 시험관 아기 시술 프로그램에 드는 부담액은 순수 치료비만 200∼300만원대. 여기다 시험관 아기 시술에 따른 각종 검사비를 더하고,시술 횟수가 늘어날수록 부담액이 커지게 마련.
일반적으로 시험관아기 시술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임신하게 된 불임부부들이 출산에 성공하기까지 시험관 아기 시술 횟수는 평균 3∼5회로 알려져 있다. 흔히 불임 부부들 사이에서 ‘유전유자(有錢有子) 무전 무자(無錢無子)’라는 자조섞인 소리도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 이들은 불임 치료시 배(급여)보다 배꼽(비급여)이 더 큰 현행 건강보험제도를 개선,경제적 부담을 대폭 덜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관계자는 “국내 시험관 아기 시술 비용은 미국이나 캐나다,일본 등과 비교해 3분의1내지 6분의1정도 수준으로 결코 비싸다곤 할 수 없지만,현행 건강보험이 급여대상에서 이를 제외하고 있는 탓으로 전액 본인이 부담하게 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민태원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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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국민][불임 치료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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