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보면 대화가 잘 통하는 사이는 참으로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어머니와 나처럼 침묵을 나눌 수 있는 사이인 듯하다. 침묵은 신뢰할 수 있는 친밀한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독특한 대화 형식이다. 이런 침묵에는 '어색한'이란 형용사가 침범할 틈이 없다.
이 때의 침묵은 말하지 않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 끝나는 곳에서 서서히 시작된다. 서로가 던진 말을 배드민턴의 셔틀콕처럼 부드러운 포물선으로 정확히 주고 받거나 가벼운 달리기처럼 두 발이 공중에서 부드럽게 스치듯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최고의 대화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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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