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삶을 살아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오며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다.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 스멀거리며 나를 일상 속으로 끌고 들어 가는 느낌이다.
이런 기분은 아무리 고급 식당에 가서 값비싼 음식을 먹어도 느낄 수 없는 다른 차원의 기쁨이자 즐거움이다. 그래서 일상을 살아가면서 마치 넋이 나간 것처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만으로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좋은 삶의 접할 기회도 많지 않고, 그런 삶의 모습을 보러 간다는 것도 특별한 사람들만의 취미로 여겨진다. 그러나 좋은 삶의 일상을 보는 것은 따분한 일도 아니고 어려운 일도 아니다.
시간을 두고 가만히 바라보면서 어떤 느낌이 떠오르는지 느끼면 된다. 그 때 내가 무엇인가 느낄 수만 있다면 그런 삶 자체가 좋은 일상이고,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다면 즐거운 삶의 모습이 아니다.
어떤 삶의 모습들을 느끼고 평가하는 우리의 느낌이 항상 옳은 것이다. 즐거움은 마치 예술처럼 그저 삶의 산소 같은 것이란 생각이다. 낯선 곳을 걸어가는 여행처럼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그런 삶의 주인공들은 현실과 유리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사람들이며, 삶에 대한 생각이 현학적이지 않고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숙한지를 알려주는 기준이 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특별히 기획된 삶보다는 종종 현실 속의 평범한 삶의 모습들이 더 재미있는 이유다.
우리 삶의 현실은 마치 유명한 미술관처럼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표를 사려는 사람은 물론이고, 전시 작품만큼이나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박물관 건물의 모양을 구경하거나 사진으로 남기려는 사람들로 항상 분주하다.
오늘도 한 무리의 어린이들이 미술 수업이라도 받으러 온 듯 스케치북을 펴놓고 바닥이 주저앉아 그림을 그리며, 그 속에서 문득 내가 평소 알고 있는 사람의 모습도 눈에 띈다. 한쪽 구석에 다리를 펴고 벽에 기대 앉아 가만히 눈을 감고 있다.
아마 이 순간 만큼은 노인도 아니고 누구의 배우자나 가족 구성원도 아니며, 어디에 사는 누구로서가 아니라 그저 한 인간으로서 온전히 존재하고 있다. 때로는 세상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잠시 앉아 쉬고 있을 때 더 큰 뭔가가 느껴진다.
그것은 세상이라는 환경과 미술관이라는 장소의 분위기가 우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정성 들인 음식은 누구나 금방 알아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 몸은 본능적으로 즐거운 삶의 모습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런 사회를 누가 설계하고 만들어 왔는지, 어떻게 구성되고 유지되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느낄 수 있다는 것, 마음속으론 가만히 나도 저 사람처럼 벽에 기대 앉아 눈을 감고 있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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