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삶을 살아가면서 짜투리 여유 시간에 길 위로 나가 천천히 무심한 마음으로 달리기 시작하면 삶의 현장에서 쌓여왔던 긴장들이 풀려감을 느끼게 된다. 나의 유일한 목표는 그냥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출발할 때는 머리로 달리라던 어떤 마스터스 주자의 조언은 잊은 지 오래다. 그냥 마음으로 달릴 뿐이다. 길에서 만나는 주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힘~!"을 외쳐주며, 인사를 전한다. 길 위의 멋진 풍경들을 보면 잠깐 멈춰서서 미소를 띄며 사진을 찍기도 한다.
가장 자주 보는 것은 달리며 스쳐 지나가는 주자들의 표정을 흘낏 훔치는 것이다. 달리기는 길 위를 이동하면서 즐기는 멋진 여행 같은 것이다. 일정한 거리마다 있는 매점과 화장실에서 길 위에서 쌓인 피로를 풀고 올라간 체온을 내릴 수 있는 멋진 공간이다.
응원해주는 사람들은 다 고맙고 감사하지만, 아는 얼굴을 만나는 반가움은 무엇과도 바꾸거나 비교할 수 없는 흥겨운 일이다. 달리는 나와 아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한 번에 20초를 넘기지 않지만 그래도 그들과의 그런 짧은 조우를 고대하고 있다.
자세에 집중하려 하지만 정신은 곧 다시 산만해지고, 간혹 생각지도 못했던 통증이 여기 저기서 나타나곤 하지만, 또 곧 사라진다. 갈림길을 만나면 어디로 갈까 고민해서 결정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발이 가는 대로 맡겨두는 편이다.
반환점 앞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힘껏 속도를 내어 오로지 달리기 그 자체에 매몰됨으로써 행복감과 성취감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달리기의 흥분과 불안, 그리고 끝난 후의 피로마저도 사랑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다시 달려 돌아올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나는 경외하는 눈빛으로 힘차게 빠르게 나를 스쳐 지나가는 경쾌한 발걸음의 주자들을 바라본다. 더 빠르게 달려 따라붙겠다는 마음은 상상도 하지 않지만, 내 마음 속에는 아직도 뭔가 남아있음을 느낀다.
주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 경험을 나누기도 하면서 함께 달릴 수 있는 친구들이나 회원들이 있음에 나 자신과 우리 모두가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달리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허탈감에 빠지기도 한다.
달리는 중에 혈액 속에 아드레날린이 쌓이는 과정은 지극히 짜릿하지만, 그런 시간은 정말 잠깐만에 휘리릭 사라지고, 달리기는 끝나고 남은 것은 나 자신 뿐이다. 그렇지만 훈련한 만큼 잘 해냈다. 달리기의 쾌감은 끝났지만, 자랑거리는 하나 더 생겼다.
가족들과 자랑스러워 하지만 곧 시들해지고, 나도 달리기 초반에 경험했던 우울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매일 변하지 않는 것은 나머지 생활 전부가 대부분 달리기를 뒷받침하는 활동들이 되고 있다. 내 안의 어린이는 아직도 박수에 목말라 있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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