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은 앞뒤가 안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삶 그 자체의 폭과 깊이가 그렇다. 문제가 복잡해질수록 그 모든 문제들이 각각 순간 순간의 상황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고 만다. 지금 자연스럽고 명백해 보이는 삶도 시간이 지나며 점차 흩어지고 만다.
그렇게 흩어지다 보면 결국은 개연성이 없는 하나의 형태로 변화해가면서 과연 그런 삶의 순간들이 있기나 했는지 오히려 내가 더 궁금해질 때가 있다. 열정적으로 나 자신의 삶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왔지만, 내 삶의 기억들이 허물어지고 있다.
우리 지난 과거의 치열했던 삶의 기억을이 허물어지거나 옅어져 사라지는 것은 더 이상 만들 수 없어서도 아니고, 더 이상 저장 공간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그저 서로 앞뒤가 안 맞고 일관성이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억은 과거 시간의 복제가 아니다. 오히려 복제와 내 기준에 맞게 변형된 연출이라는 편이 더 적당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나를 다른 누구와도 다른 현재의 나이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나의 기억이 만드는 책략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기억 속에는 내가 없다는 사실이다. 기억의 내용은 있지만, 그 속에 있어야 할 나는 이미 사라졌다. 나는 책략과 조합과 오로지 내가 만드는 이미지 속에서만 존재할 뿐, 현실 속의 내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피가 된 기억이다. 기억 속의 피는 기억하는 내용이 아니라 기억의 방식이며, 내가 나를 찾는 곳은 기억의 내용보다는 방식이라는 말이다. 설렘으로 꿈튿대는 미래의 가능성, 선택, 위험과 기회가 모두 뒤섞인 미세먼지 같은 것이다.
걷는데 굳이 이유가 필요 없듯이 달리기도 굳이 이유가 필요 없다. 어떤 때는 가끔 진심으로 달리지 않으면 불편할 때가 있다. 삶은 사건과 사고, 그리고 의무의 연속이고, 달리기는 그 모든 것을 엮는 실과 같다.
우리 어릴 때는 걷기나 달리기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발전했고, 삶의 상황 또한 바뀌었다. 아이들은 쫓기듯 학교에 갔다 오면 학원에 간다. 이런 삶에 달리기가 없다면 삶은 고통과 혼란으로 얼룩질 것이다.
우리 삶은 달리기든 일상이든 정상에 도달한 다음에는 멈추어야 할 이유가 없으므로 되돌아와야 한다. 그것이 달리기에서 배울 수 있는 변함없는 인생의 진리이다. 그런 달리기에 대한 오래된 기억들도 담벼락에 비치는 내 그림자처럼 엉성하기 그지없다.
달리기는 생각이 들어오는 열린 공간이다. 생각을 하려고 달리기를 출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달리다 보면 어느 틈엔가 생각이 들어와 있다. 생각이 달리기의 부산물이나 보노스가 아니라 진정한 달리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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