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에서 가장 거북스러우면서도 가치 있는 질문 습관이 있다.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직설적으로 경찰이 범인 취조하듯이 묻는 질문들이다. 나이가 얼마이며, 직업은 무엇이며, 결혼은 했으며, 수입은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이다.
특히 부산 사람들이 자주 하는 제일 짓궂다 싶을 만큼 장난스럽게 상대를 괴롭고 귀찮게 하여 초면의 기분을 달갑지 않게 만드는 질문을 거침없이 하는 습관이다. 항상 어떤 사람들을 만나러 갈 때는 이런 질문에 마음 속으로 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질문의 형식이 조금 거침 없이 당돌한 모습이라 그렇지, 실질적으로 바쁜 세상에 깊은 관계 형성의 중요성과 초기의 단도입적인 질문을 통해 효율적으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멋진 방법이다.
그러던 소통 문화의 방식이 산업화가 발전하면서 변하며 사회적 갈등과 부적응을 초래하기도 했다. 1970년대 한국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경험하면서 물질문화는 빠르게 변화했지만, 전통적인 정서적 소통문화는 이에 따라가지 못했다.
전통적인 가치관과 규범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기존 집단과 새로운 가치관과 규범을 추구하려는 새로운 세대 집단 간의 갈등이 발생했다. 최근 스마트폰과 SNS의 급속한 보급으로 인해 기존의 의사소통 방식에 적응하지 못해 소외와 고립감을 느끼게 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불안정해졌고, 이에 따라 사회 불안정과 범죄율이 증가하는 현상은 기존의 규범이나 가치관이 붕괴되어, 사회 구성원들이 혼란과 무질서에 빠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사회는 경제적,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기존의 삶의 방식에 대한 불안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부적응 세대(야노미 현상이라고도 한다)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면서 초면에 오가는 재미없는 질문들이 덜 개인적으로 느껴지면서 그렇게 많이 불편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요즘에 보면 우리 사회가 현대화될수록 더 개인적인 양상을 띠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사회 구성원 간의 긴밀한 관계에 덜 의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혈연, 학연, 지연으로 엮어지던 끈끈한 인간 관계야말로 우리를 진정한 한국인이 되게끔 만들어주던 전통적인 소통문화였던 것이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단순히 '반갑습니다.'라며 무미건조한 인사와 함께 악수를 나누고는 서먹서먹하게 고개를 돌리고 앉는데 그치지 말고, 옛날처럼 당사자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나이는? 직업은? 결혼은? 수입은? 어떤지를 묻는 모습도 좋을 듯싶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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