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는 집단 사고에 빠진 사람들의 각축장처럼 변해 버린 듯하여 참으로 안타까울 때가 많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처럼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우울하다. 집단 압력이 강하게 행사될수록 배타적인 소감에 대한 욕망도 늘어난다.
소수의 집단에서만 집단의 역학관계가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혼자만의 반대 의견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모든 사람에게 다 해당되는 문제이다. 일반적인 모든 집단은 무엇에 대해 결정할 때 집단 구성원들의 호의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를 요구한다.
압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동료, 종교적 형제자매,혹은 낯선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 같은 공간에 모여 있지 않아도 집단 사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고도로 다양하고 세분화된 학문계조차 집단 사고로 심각한 위기를 사회에 초래하기도 한다.
2008년의 세계 경제위기가 대표적이며, 중요한 것은 포근한 사교 모임 분위기뿐만 아니라 냉정한 분위기의 학회나 매일 하는 회의에서도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라면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 따위는 쉽게 배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 사회의 소통 방식이 그다지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우리가 의견을 주고 받는데 사용하는 토론은 사힐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우리 국회에서 자주, 아니 늘 본다. 오히려 토론을 통해 상상 속의 일치감을 더 단단하게 다질 뿐이다.
우리 일반 사람들의 각종 모임에서도 만나게 되는 삐딱 사고자들을 매몰차게 무시한다. 독자적 개인적 의견을 내놓는 사람은 집단의 압박을 받게 되고, 무시당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수의 의견을 따르지 않는데 대한 처벌을 받기도 한다.
아마도 집단의 의견 일치를 사수하기 위해 파수꾼 같은 존재들이 구성원 개개인의 의견에 참견을 하고, 삐딱 사고자가 발견되면 '누구는 믿음이 부족하더라'라는 식으로 집단 안에 의심의 눈초리를 퍼뜨릴 것이다.
그런데 아니러니하게도 내부의 사고 뭉치는 외부에서 동일한 의견을 내놓는 사람들보다 집단 안에서 더 큰 적, 즉 '검은 양 효괴'를 가진다. 내부의 사고 뭉치들을 거세게 몰아붙이는 방법으로 불안한 집단 일치감을 보호하려는 반응이다.
겉으로 견고해 보이는 다수의 의견이 실제로는 신기루에 가깝다. 집단 구성원 개인 개인들은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전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내놓지 못하는 '다원적 무지'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망설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단을 지지하는 입장에 서게 되고, 실제로 만장일치가 된다. 온 세상이 동화 속에서처럼 임금님이 사실은 아무 것도 입고 있지 않다고 사실을 알고 있지만 겉으로는 아름다운 옷을 입고 계시다고 칭송한다.
이 동화는 1837년 덴마크의 한스 안데르센이 쓴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보다 500년 전에 스페인에서 나온 오리지널 버전에서는 소리친 사람은 순수한 어린이가 아니라 천민 중에서도 천민인 마부인 흑인 노예였다고 한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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