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국회를 보면 재미 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일치되지 않는 의견의 가치를 무조건 낮게 평가한다는 사실이다. 모든 집단은 내부로부터 나온 견해나 정보가 아니고, 자기네 집단의 일체감을 훼손시킬 낌새가 있는 의견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부정적 평가를 내린다.
자기 집단의 일치된 의견에 손상을 입힐 만한 정보의 근원지는 '적'으로 간주하여 공격한다. 이렇게 집단은 새로운 의견이 경고하는 위험 요소들에 대해서는 논리적 근거를 살펴보려고 하지도 않고 사안을 만장일치로 급하게 종결시키고 만다.
결국은 악순환이 일어나고, 내부에서 안정감을 주고받는 집단은 외부의 적으로부터 비판을 받았을 때 집단의 일체감을 역으로 강화시키는 반응을 보인다. 키워온 안정감을 위협받지 않기 위해서다.
시간이 지나면 집단 구성원들은 각자가 느끼고 있는 의심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되거나, 의문이 들더라도 감히 앞으로 나서서 의견을 표출하기를 꺼리게 된다. 이런 자기 검열체계가 집단과 다른 의견을 표현하려는 개인적 행위를 막아 버린다.
그 결과 집단은 '완전한 의견 일치'에 도달했다는 착각을 가지게 되고, 일종의 포근한 친목모임의 분위기가 집단사고가 작용하는 분위기를 잘 설명해줄 수 있다.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서로 어깨를 두들겨 주면서 공동체 정신을 함양하는 것이다.
비록 다른 사람 몰래 집단의 결정에 의심을 품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라도 전체적인 의견의 흐름에는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의심을 확산시키는 선동가는 집단의 평화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절대로 뜻을 굽히지 않는다.
이런 맘대로 자신의 뜻이 굽혀지지 않는 삐딱 인사들만이 집단의 포근한 일체감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우리 편이 아닌 사람은 적이다!'는 신조를 따르기 때문에 의견 일치 여부가 충성도와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집단은 삐딱 사고자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이런 것이 일종의 면역반응에 해당하는데, 집단의 의견을 지키기 위해 의심의 싹을 애초에 잘라 내버리는 것이다. 또 집단 구성원 중 일부는 경계병 역할을 자처하여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닌다.
의견일치라는 혁명을 일궈낸 친위대인 그들은 의심을 퍼뜨리는 선동가를 겁주고, 먼지인양 닦아내며 윗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의심하는 자가 생겨나지 않을 것이라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키는 역할을 한다.
집단 사고의 기전이 집단 안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주는 실험이 있다. 실험 대상자들에게 서로 길이가 다른 네 개의 선중에서 같은 길이의 선 두 개를 찾아내게 한다. 그 때 집단이 일치된 의견으로 압박을 주자 실험 대상자의 30% 이상이 오답을 말하고 말았다.
그런데 집단 의견에 찬성하지 않는 동지 한 명이 나타나자 실험 대상자의 90% 이상이 정답을 말했다는 것이다. 직접 다른 의견을 가진 것이 아니라면 소수 의견을 대변할 필요는 없지만, 자신의 의견을 고수하는 삐딱 사고쟁이들은 혼자서 새로운 의견을 말하느라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8월 마지막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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