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자부심이 높은 사람이 세련된 예의를 갖추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단순하게 자기 부정적인 사람이 오히려 더 세련된 예의를 갖출 수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자부심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는지의 문제인 반면에, 예의는 다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는지의 문제이다. 이 둘은 매우 다르지만 모두 인간관계, 즉 자부심은 자신과의 관계, 예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와 관련이 있다.
종교에서 비롯된 관습적 윤리에 따르면 우리는 자부심이 아닌 겸손을 길러야 하고, 자부심이 높은 사람들의 사랑은 자신이 아니 다른 사람을 향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 사랑하며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사람이 가장 이상적으로 좋은 사람이다.
관습적 윤리에서 추구하는 겸손은 이와 정반대된다. 나 자신의 사랑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인데, 이 사랑은 자신의 실제 모습에 의해 정당화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종교적 관점으로 자신을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을 사랑한다는 관념은 터무니 없다. 누구도 인류 전체를 사랑할 수는 없다. 알지 못하는 사람을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단순히 인간이라는 이유로 사랑할 수는 없다.
종교적 가르침에 따른 사랑은 모르는 사람이라도 신의 모습을 본뜬 인간이라는 존재만으로 충분한데, 여기서 인간은 어떤 한계가 있든 존엄성이라는 자질을 갖추었다는 기묘한 개념이 도출된다. 이런 개념은 윤리의 어떤 종교적 기반도 거부한다.
오직 이성과 경험만을 바탕으로 논의를 펼치는 철학자들처럼 이성이나 경험만으로는 인간 본성에서 존엄성 같은 자질을 밝힐 수 없다는 사실에는 눈을 감는다. 인간적 존엄성도 존재는 하지만 흔하지는 않다.
존엄성은 자부심이 높은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이라서 비교적 드물다. 존엄성은 누구나 갖춘 자질이 아니며 단순히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지도 않는다.
공산 사회주의 사회처럼 모든 인간은 공통적으로 하나의 세포에 불과할 뿐이므로 존엄성이 부족한 사람을 찾지 못하도록 금지한다면 존엄성은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할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나 적까지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는 권고 또한 실제로 사랑하라는 계율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사랑이라는 개념이 어처구니 없어지며, 마치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것처럼 행동하라는 정책적 권고가 될 뿐이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행동한다면 평화는 더욱 가까워질지 모르지만, 이것은 진정한 사랑은 아니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사랑이라는 말을 빌린 행동 양식이나 정책일 뿐인 거죽을 덮어쓰고 있는 위선이고 위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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