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지고 있다. 한낮의 햇살이 피부를 어루만지고 공기가 팔다리와 얼굴을 간지럽힌다. 달리기나 걷기를 하다보면 야외 활동을 더 좋아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변화다. 겨울에는 상쾌하고 여름에는 뜨거운 자연이 내 몸과 마음을 달래준다.
강가나 숲, 주택가나 변화 무쌍한 트레일이든 한결 같은 산책로든 대자연은 나를 치유한다. 어디에 있든 날아다니는 기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일요일에는 오랜 만에 친구들과 만날 수도 있으며, 그럴 때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주변 환경과 대화에 몰두한다.
그런 와중에도 본능적인 경쟁의식이 나를 본격적인 주자로 전환시키고, 저 앞에 달려가는 주자의 뒷모습이 내 발을 이끌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그의 빠른 발걸음을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늘 그렇든 이유도 없는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다른 주자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 그냥 휴식하러 나온 사람들, 함께 단체 훈련을 하는 동호회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과 스치게 된다.
그럴 때는 "나도 동호회에서 단체 훈련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그 흐름에 합류하고 싶은 충동적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대부분 일말의 품위를 지키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냥 손을 흔들며 "힘~!"하고 외치기만 하면서.
주로에서 만나는 주자들은 내 나이에 내 몸과 속도를 칭찬하기도 하고, 내 마음 속 나는 여전히 빠르지 못하다는 부정적 자아상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그가 알아차리지 않기를 기도한다. 그걸 알았다면 틀림없이 내 생각을 바꾸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달리는 주자들은 쉽게 다른 사람들의 논리에 설득당할 기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머릿속 목소리가 요란해질수록 어딘가 관절에 이상한 느낌이 전해지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런 목소리가 나를 강하게 비판하면 더 이상 집중할 수 없게 된다.
함께 달리다 갑자기 조용하게 입을 꾹 닫고 있으면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들 묻는다. 나는 요즘 조금 많이 운동을 해서 지친 모양이라고 한다. 그것도 사실이지만, 주로 내 부정적 생각들이 문제였을 뿐이다.
요즘 저녁 퇴근 시간에 혼자 강가를 따라 20km 이상을 주파했을 때도 비숫했다. 다른 주자도 나에게 자신의 힘든 상황을 털어놓으면 나는 명상하듯 귀를 기울이며, 지나가는 나무들, 숲들, 오가는 사람들의 경쾌한 소리에 집중한다.
어쩌다 내 마음이 나의 능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낮추는 자기 비하에 빠질 때마다 나뭇잎들의 굴곡진 곡선, 꽃들의 붉고 노란 모습들, 느리지만 나를 꾸준하게 이동시키는 발의 감각에 몰입한다.
그렇게 1~2km를 달려나가면 마음 속 어둠이 가라앉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과 그날의 찬란함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올 때쯤 되면 가족과 관련이 있는 사랑스러운 사람들의 모습에 집중하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달리기 생활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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