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을 하기 위해 집에서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데, 저기 버스는 오고 있어서 횡단보도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파란불 신호가 정지로 바뀐다면? 가장 먼저 짜증이 왈칵 올라온다.
심박수가 늘어나고 혈압이 올라가고, 호흡이 얕아지고 빨라진다. 뇌를 포함한 중요한 근육들을 향해 흐르는 피의 양이 늘어나면서 근육이 긴장하면서 말단조직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면 아드레날린이라는 비상호르몬이 분비되면서 간에서 혈액 속으로 포도당을 내보낸다.
몸이 긴장하게 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전투대비상태에 임하게 되는 몸의 변화를 말한다. 그러다 파란 보행 신호로 바뀌는 순간 기쁨과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모든 변화의 판단을 하는 곳이 바로 우리 머리 속이다.
우리는 머리로 의식적으로 판단하고, 그런 상황을 바람직하다고 여기고 기쁨의 상태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이 머리에 떠오르기 전에, 아니 동시에 우리 몸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그것이 불안이나 공포, 기쁨과 만족 같은 복잡하고 신묘한 작용이다.
뭔가가 '마음에 드네!'라고 판단한 뒤 기뻐하는 것이 아니며, '내 몸이 기쁜 상태에 들었을 때, 거기서 거슬러 올라가 그 상황이나 대상을 바람직하다고 정신이 판단하는 것도 아니다. 몸과 정신의 반응은 동시에 일어난다.
이런 순간적인 과정이 진행되고 있을 때, 우리는 무의식 상태이다. 뭔가를 마음에 들어 할 때는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제대로 지각하지 못하고 있다. 외부에서의 정보, 주로 시각적 정보에 대해 우리 자아인 몸과 정신의 복합체가 조건 반사적으로 반응한다.
우리 외부의 어떤 물리적 현상이나 형상적 모습에는 자아가 선택할 수 있는 행동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머리로 뭔가를 판단하기 이전에 이미 몸과 마음의 복합체로서의 자아가 거의 자동적으로 과거 경험에 의해 프로그래밍된 반응을 재현해 버리기 때문이다.
동물의 경우 행동의 거의 100%가 이런 자동 반응으로 이루어진다. 이처럼 고정되어 있는 행동을 우리는 본능적 반응이라 한다. 우리 또한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과거에 만들어진 프로그램에 따른 외부 자극에 대한 자동 반응을 반복한다.
다만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무의식적이고 무자각적인 상태를 무명, 즉 어두움, 암흑이라 부른다. 내가 지금 느끼는 것이 내 속에서 일어나는 '내 것' 혹은 '내 감정'이라 알고 있지만, 사실 그런 우리의 감정은 아무 것도 아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아무 것도 없는 데서 불쑥 갑자기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동시에 스스로 나 자신이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것은 그냥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내가 아닌 것'과의 관계로부터 일어난다.
'내 감정'은 '내가 아닌 것'에 촉발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으며, 일어날 수도 없다. '나'는 '내가 아닌 것'에 따라 철저하게 조건 지어져 있다. 절대 바뀌지 않는 고정된 무엇이 내 안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항상 살피고 알아차려야 하는 이유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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