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대회에 처음 나가면 느끼는 걱정이 출발 신호와 함께 서 있던 주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나는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벌써 나를 지나 휙휙 달려 지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속도가 빨라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속도를 늦추며, 속으로는 내가 과연 끝까지 달려가 결승선을 성공적으로 넘어설 수 있을지 걱정을 하기도 하지만, 달팽이 속도처럼 느껴지더라도 계속 움직이다 보면 조금씩 달려야 할 거리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긴장을 풀고 골반을 앞으로 기울인 채 팔을 앞뒤로 씩씩하게 흔들며, 턱을 집어넣고 가슴을 쫙 펴고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며 빠르고 가볍게 발을 움직이다 보면 기분도 한결 좋아지고, 아까 출발선에서 나를 지나갔던 사람들이 급수대에서 쉬고 있는 것을 보기도 한다.
한 사람 두 사람 걷거나 쉬고 있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나아갈수록 기분이 유쾌해지며 나 자신의 달리기에 자신감이 붙는다. 하지만 지나치는 주자들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어느 순간 나 혼자 스스로에게 말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 때는 이제 속도를 높일 때가 되었다는 신호다. 길을 잃을지 모른다는 걱정도 사라지고,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이면 속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주로 가장자리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의 구호 소리와 격려 문구들이 적인 피켓을 보며 나까지 힘을 낸다.
나도 응원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손뼉을 치며 팔을 흔들어주면서, 하이파이브를 하려고 손을 내미는 어린 학생들에게 손이 아플 때가지 지나치며 그들의 고사리 손을 찰싹찰싹 치면서 나아가다 보면 나 자신의 기분도 함께 유쾌해진다.
반환점이나 중간 지점을 지나 피로가 몰려 올 때쯤이면 단체 유니폼을 입고 초보자들과 함께 달리는 단체 주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함께 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하기도 한다. 자식의 입학이나 취직 성공이나 부모나 친구의 질병 회복을 기원하는 발원문들 달고 달리기도 한다.
그들이 지나갈 때는 나는 그들을 기억하겠다고 함께 기도하겠다고 마음 속으로 소리친다. 나도 예전에 그렇게 했던 진정어린 마음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그들의 사연에 마음이 끌리게 된다. 오늘은 아니지만 나 자신도 그런 상황이 되면 그럴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달려야 할 거리는 짧아지고, 성공적인 완주에 대한 자신감과 안도감이 생겨난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뒤쳐지는 주자도 많아지지만, 나를 추월해 가는 주자들도 여전히 있다. 급수대에서도 주자들은 자신들만의 속도로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
나는 급수대에서는 대부분 첫 테이블부터 마지막 테이블까지 걸으며 주자들의 도전적 용기와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하고 연민어린 고마운 마음을 느끼며 나 자신의 오늘 달리기 마음을 되돌아 본다.
언제나 결승선은 생각보다 멀지만, 평소처럼 계속 달리다 보면 벅찬 마음으로 지나갈 수 있다. 완주 메달과 물 한 병을 받아 마시며, 다른 주자들에게 떠밀려 내가 끝까지 달려온 듯한 즐거운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주자들에겐 쾌적하지만 응원팀들에게는 불편한 기온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는 것이 마라톤 대회의 환경이다. 그렇지만 재회하는 순간의 즐거운 만남의 상황은 언제가 변함없이 똑같이 기쁘고 행복하다. 헤어졌던 오랜 친구를 우연히 다시 만나듯이.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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