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 44-5] 무안이비설신의(無眼耳鼻舌身意): 육근이 없다는 말은 존재하되 존재감이 없다는 말이다: 생각을 잊으면 본성으로 돌아가지만, 형상에 집착하면 근본마저 잃게 된다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즉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감각을 느끼고, 생각하는 인식의 6가지 감각기관인 육식(六識))이 내 존재감의 경계(육경, 六境))를 인식하는 의지처가 되는 뿌리인 6근(六根)이 바로 이들 기관이며, ‘6근이 청정하다’는 말은 모든 감각기관이 어떤 때도 묻지 않고 깨끗한 상태로 비어 있다는 말이다. 과거, 현재, 미래의 육식인 18경계가 다 고요하고 평온해짐이다.
도가에서 눈이 있으나 생김새를 보는 것이 아니고, 귀가 있으나 소리를 듣는 것도 아니며, 혀가 맛을 즐기거나 코가 냄새를 맞는 것도 아니며, 몸이 쓸데없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뜻이 미친 듯 혼란스러운 아니라는 말이다. 유교의 성인들이 “예의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거나 움직이지도 말라.” 했던 상태를 의미한다. 불교의 수행에서 순수하고 이성적이며 진리의 차원으로 나가는 사람은 업이 가볍고, 눈과 귀와 뜻이 깨끗해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에 속세의 대중들은 업이 두터우며 진리를 가르치더라도 듣기 싫어하고, 그래서 무지해지고 자기밖에 모르며 감성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반야경을 한자도 빠뜨리지 말고 항상 듣고, 거기서 가르치고 있는 대로 배우고 의심하며 깨우쳐야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내 본성의 진리를 발견하고 꺼내어 쓸 수 있게 된다. 우리 모두는 아직도 내 안의 진리의 법을 발견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꺼내어 쓰지 못할 뿐이다. 그런 자유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마음을 내지도 않고, 신심도 없으며, 멍하니 세월만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건 배급주듯이 아무리 불교 수행의 목표로 가는 수단인 화두를 준다고 해도 배움에 대한 마음과 진리에 대한 의심이 간절하지 않기 때문에 모두 소용이 없는 일이 될 뿐이다. 무서운 시어머니 밑에서 꾸준히 참고 배겨내고 노력해야 나중에 그 가문을 이어갈 훌륭한 며느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공부한다는 것이 그냥 맹한 정신으로 화두만 가진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발 벗고 생명을 걸고 달려들어야 한다.
모든 것이 텅 빈 듯 공한 것을 모르면 눈으로 보면 탐내고, 입으로 맛보면 더 먹고 싶고, 몸으로는 더 부드러운 촉감을 좋아하고, 뜻으로는 모든 이익을 헤아리고 좋은 것만 탐하게 되는데, 이런 것을 육적에 빠졌다고 한다. 육근, 육진, 육식이 있는 그대로 중생들의 지옥이다. 모든 경계를 타파하여 공하여 일체가 없는 그 자리가 바로 천당이며 본래의 부처님의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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