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막연히 건강해 보인다는 등 상대의 마음 속 불안을 덜어낼 이야기들을 늘어놓으며 힘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알 수 있다. 얼굴이 좋아 보인다는 등의 말로는 기운을 북돋워줄 수 없음을 안다.
당연히 좋아질 것이라는 말은 고통스러운 위장이다. 상대나 나나 모두 다 알고 있다. 이런 어리석은 행동으로 내가 이룬 것이라고는 불편한 몇 분을 겨우겨우 참아내고 마침내 그곳을 빠져나와 다시 나의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것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지켜야 할 규범은 신중함이다. 이런 신중함은 자부심이 강한 사람들일수록 잘 지키고 있다. 만약 내가 죽어가고 있다면 상대가 나를 어떻게 대해주길 바랄까? 침묵을 지켜주었으면 좋을까?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고 죽자)처럼, 나 자신이 어떤 목적을 위해 살고, 진정 중요한 사람들은 중요한 목표를, 때로는 위대하고 고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산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추구하던 목표가 결국 실현되리라는 것을 안다.
그렇게 때문에 죽음에 초연할 수 있으며, 그것을 침착하게 받아들인다. 정말 그렇게 되리라 확신시켜주는 것이 바로 친구들의 몫이다. 누구나 자신의 죽음을 마주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일 것이며, 외로움과 두려움이 몰아칠 것이다.
그렇다고 죽음 그 자체를 엄숙히, 근엄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진지하고 솔직하게 받아들여 한다는 뜻이다. 그 동안의 삶에 큰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 미완성 상태로 남겨지는 데다 삶이 계속되리라는 희망마저 머지않아 사라지게 되었다면?
온 힘을 쏟아 착수했던 거대한 계획이 한참 진행 중인데 갑작스레 죽음의 위협을,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맞닥뜨리면 가장 먼저 좌절감에 빠질 것이다. 못되고 이기적인 기분은 무엇으로도 완전히 씻어낼 수 없을 것이다.
삶에 큰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 미완성의 상태로 남겨지는 데다 삶이 계속되리라는 희망마저 머지 않아 사라지게 된다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사실이 아닌 듯 가장하거나 시답잖은 일로 관심을 돌리려거나 동정을 바라지도 않는다.
필요한 것은 사실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솔직함이다. 죽어가는 사람은 어떻게든 이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지만, 죽음은 다른 무엇을 대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대할 수는 없다. 일상적 시련과 달리 죽음은 극복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죽음은 모든 것을 휩쓸어간다. 이런 죽음을 어떻게든 감당해야 하는 것이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런 사람에게 친구들이 할 일은 그가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돕거나, 아니면 적어도 위선이나 가장, 거짓으로 그의 정신을 심란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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