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때 집이나 진료실을 떠나 길을 가다 보면 뭔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잊고 온 것이 있는 듯흔 묘한 기분이 들어 이것 저것 생각해보지만 명쾌하게 딱 떠오르는 것이 없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기분은 계속 뭔가 잊은 듯이 석연치 않다.
하지만 대부분은 기우에 지나지 않은 것들로 일상은 여전이 부드럽게 잘 진행되기 일쑤이며 시간도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지나간다. 살아가면서 매일매일 좋은 실적을 올리는 사람이 성공하게 된다.
우리 인생살이에서 실적이라는 사업적 용어가 정착된 지도 아마 산업화의 영향이었을 듯하다. 좋은 실적을 올리는 사람이 좋은 직업을 가졌다는 의미는 물론 아닐 것이다. 실적은 물리학에서의 '일의 양'과 비슷하다.
삶이 특정 방향으로 흘러가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야 한다. 즉 공동체 전체를 위해서 일해야 하는 것이다. 모 장관처럼 자신의 개인적인 사적이고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일하는 것은 어떨까?
장관에게 실적은 어떤 것일까? 실적은 일반적으로 능력, 자격, 기술, 지식, 업적, 성과 등을 가리키는 복합적 개념이지만, 장관의 업무 실적은 아마도 원만한 직무수행능력을 의미할 것이다. 아마도 업무 파악 자체가 되지 못한 무개념인 듯하다.
인생은 과정일 뿐이다. 하나의 업적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고, 동시에 많은 것을 포기하기 위해 하나만을 잡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세상에 자기 편한 대로 사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우리 모두는 거북이 자기 집을 등에 지고 다니며 살아가는 것처럼, 평생을 집걱정에서 벗어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누구나 원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다. 우리가 평생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는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에 달렸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의 대접 받기도 좋지만 소박한 자신의 삶이 더 행복하다 생각할 수도 있다. 평생 마시고 사용할 물의 양은 정해져 있는데, 그 물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는 자신이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달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장수할 것인가 단명하는가도 인생을 결산하는 하나의 실적이 될 수 있다. 호화롭고 멋진 향응을 거부하고 소박한 식사에만 연연해서는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물을 마시는 데만 한정시켜 사용하는 삶을 사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하나만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것을 포기하고, 수많은 것을 포기하기 위해 하나만을 받아들이는 것이나 매 한 가지다. 그러나 포기하는 것이 쾌락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만을 받아들이는 쾌락만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길을 선택할 뿐이다.
우리 인생살이도 나이들수록 더 하나를 지키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는 과정을 향해 걷거나 달려가는 영광을 말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쓸데없는 것을 옆으로 물리쳐야 한다는 말로 해석해도 좋겠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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