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올해 가정의 달이 거의 다 기울었다. 어제 오후에 아내가 큰 아들네 잠깐 다니러 간 사이에 혼자 퇴근하여 밥 먹고 있는데 돌아왔다. "저녁 운동했어요?"라는 물음에 "아니, 나는 당신이 없으면 온 몸에 힘이 빠져!"라고 말하며 마주 보고 함께 웃었다.
가정은 집이거나 집과 같다. 집을 짓는 공사를 빨리 해치우려 날림으로 지을 수는 있다. 벽기둥도 완전히 굳어지기 전에 지붕을 올리고, 벽돌이 마르기도 전에 페인트칠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는 튼튼한 집을 지으려 꾸물대는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놀리기도 한다.
젊음이라는 시기가 그런 시기다. 그러나 그렇게 성의 없이 껍데기만 만든 집은 폭풍우를 견디지 못하고 강한 바람 한 번에 휙하고 날아가 버릴 수 있다. 가정의 원천인 사랑도 그런 것이다. 오로지 자기 만족만을 위한 손쉬운 사랑은 그렇게 허무하다.
손쉽게 받아들인 사랑의 기회들은 요즘 우리의 달리기는 길을 가로막는 하루살이들처럼 조숙의 환상에 빠지게 만든다. 기초도 없이 이런 위험한 가정생활을 준비한다면 얼마 가지 않아 가정 자체가 파탄이 나고 말 것이다.
젊을 때 느끼는 신체적 욕구는 사랑의 충동에 의한 것이 아니다. 즉 상대의 인격이 아니라 단순히 이성적인 것에 대한 동경과 흥분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존재를 막론하고 자기 완성을 위해 필요한 것을 처음에는 본능적인 자극에 의해 발견하게 된다.
그 다음에 시간이 지나야 그것을 명확하게 알게 되는데, 이 모든 것이 우리 젊은이들의 신비스러운 내면의 움직임의 일면이다. 들뜬 마음 위레 결혼의 기초를 놓은 사람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사람과 다르지 않다.
청소년들은 부모들을 통해 자신의 신체와 애정과 지성에 대한 책임을 전수받게 되는데, 그 과정에 있는 어린아이와 같다. 이런 퍼즐 조각들을 발전시켜 스스로 완전하게 조립하는 전체 과정을 지배하게 됨으로써 어른이 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아주 내맡길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으며, 동시에 자신도 상대를 얻어 충족하게 된다. 가족과의 관련 아래 얻은 사랑은 지능과 애정, 그리고 육체를 바칠 것을 요구한다.
그것이 집으로 대표되는 가정이 갖는 의미다. 내가 요즘 아내에게 하는 "사랑해!"라는 말과 젊었을 때 한 같은 말의 의미가 정말 똑같을까에 대해 생각해보면 알 듯도 하다. 그 때는 아마도 실수로 잘못 생각했거나 아니면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해!"라는 말은 "나는 나 자신을 아주 당신에게 바친다. 그리고 당신도 자신을 바치기 위해 당신 자신을 완전히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젊었을 적에 과연 우리는 자신을 완전히 소유하고 있었을까?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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