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하거나 술을 마시다 보면 감각과 기억이 희미해져서 내 이름이나 여기가 어딘지조차 기억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다만 내가 현재 존재하고 있다는 것과 달리거나 술을 마시고 있다는 사실만 어렴풋하게 의식할 수 있을 뿐이다.
달리는 주로 주위 꽃과 숲이나 술에서 발산되는 향기가 너무 강해서 취해 버린 것이다. 이성도 마비되고 감각도 마비되어 주위 사물에 대한 느낌만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같이 가는 동료와 서로 열심히 이야기했지만 그야말로 횡설수설이다.
나중에 바른 정신에서 생각해봐도 무슨 말을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도통 기억이 없다. 어쨌거나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생각뿐이다. 그렇게 어떤 것에 취해 있다 보면 학교나 사회에서 받은 교육은 아무 쓸모가 없다.
느낀 즐거움들은 엔돌핀이나 알콜에 의한 급성 중독 증상일 뿐이다. 마리화나와 하시시 같은 마약 성분을 접했을 때와 같은 효과일 뿐이다. 대학까지 다니고, 책을 읽으며 많은 공부를 하고 배웠지만,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른 삶이었을 뿐이다.
어떤 달리기나 술에도 끄떡 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외부의 상황이나 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접 경험에 의한 지식과 흉내에 불과한 지식의 차이를 분명하게 이해하고 비교할 수 없다.
이제까지 나 자신의 의견이라고 생각하고 떠들었던 것이 사실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의견을 나 자신의 것인 양 착각하며 살아가다 보면, 스스로 결정하거나 자기 의견을 표현할 능력을 잃어 버린 졀정 장애에 들게 된다.
여기저기서 주워 모은 지식을 참된 지식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살아가면서 직접 느끼고 깨달은 지식만이 쓸모가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할지라도 마음을 완전히 정복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만큼 내가 알고 있는 것은 피상적인 지식이다.
우리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가르치는 교육을 생각해보자. 매우 피상적임을 알게 된다. 우리 마음도 이와 똑같다. 수련하지 않으면 마음을 정복할 수 없고, 마음을 정복하지 못하면 아무리 직접한 체험이라도 세상살이에 아무 소용이 없는 법이다.
세상에는 온갖 꽃이란 꽃은 다 있으며, 때가 되면 제각각 있는 그자리에서 가장 아름다움 모습으로 피어난다. 꽃 속에서 시간을 지나다 보면 모든 감각은 점점 나른해지고 마음은 흥분되기 시작하면서 현실적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일상의 삶을 살아갈수록 겸손의 미덕을 기르는 것은 진정한 인생의 깨달음의 세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길이 됨을 알게 된다. 겸허함으로 인해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어버이 날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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