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진료실에서 사용할 마스크 1주일치를 구매했다. 코비드-19 펜데믹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도 있지만, 봄철이 되면 많아지는 우리 나라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에 대한 대비도 겸한 일이다. 수퍼의 텅빈 식품진열대와 약국 앞의 긴 마스크 줄을 잊으면 안 된다.
우리 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일상의 체계들이 얼마나 유약한지, 모든 것이 얼마나 급속도로 와해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경험이기 때문에 깊은 성찰이 필요한 부분이다. 주기적으로 그런 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변화가 시급하다는 사실 또한 절감하게 된다.
사람들은 늘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들이나 탐욕스러운 금융, 권력욕에 사로잡힌 엘리트를 비난하며 모든 위기를 그들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소규모 자영업이 점차 소멸되는 데 실질적인 책임을 지는 사람은 누구인가?
증가되고 악화되는 실업의 시대에 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치고 치료를 받게 해야 할 부모들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까지의 경제질서 속에서는 그렇지 않은 부모들이 대부분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스스로 어디에서 무얼할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었다.
이것은 선호의 문제이며, 결론적으로 미래에 일어날 위기의 책임도 개개인에게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살고자 하는 세상을 빚어내는 것은 결운 우리가 소비하는 삶의 형태와 재화의 방식에 있기 때문이다.
집 주위의 강이나 얕은 산길을 달리며 지나온 인생의 길에서 얼마나 큰 변화를 겪었는지 새삼 떠올릴 때가 많다. 예전의 건강하고 행복한 식물 한 포기를 가꾸고 벼와 보리를 키우는데 들어간 얼마나 큰 시간과 노고가 들어가는지 잊고 살았다.
건강하고 행복한 식물 한 포기에 들어간 시간과 애정의 가치는 결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 눈에는 이미 보기 좋게 포장되어 진열대에 가지런히 놓인 상품에 익숙해지면서 식품이 땅이 아니라 수퍼마켓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다.
개개인이 들판이나 집 뒤뜰, 하다못해 발코니에라도 채소를 키우는 일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의 해결책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될지 모른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 다시 말애 음식, 흙, 내면의 평화 등과 다시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법이다.
자연과의 결속이 없는 현대의 콘크리트 안에 갇힌 사람들은 무언가 어떤 광기에 빠지기 마련이다. 언젠가 모두가 광기와 질병에 사로잡히기 전에 현재의 삶을 돌아보면서 건강하고 살 가치가 있는 세상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일부라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눈먼 광기를 몰아내고 현실에 눈 뜨고, 새로운 이상과 가치를 만들어내야 할 일이 시급한데, 우리 정치인들은 시민들의 그런 건강과 평화 정착의 희망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들의 이념과 정강에만 매몰되어 있다.
저급한 소비형태와 치열한 경쟁, 무한 성장은 사라지고 겸손함과 협동심, 지속가능한 성장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어야 한다. 최신 스마트폰에 열광하기보다 단순한 삶 그 자체에 대한 열정을 일궈나가야 한다. 돈으로는 행복과 만족감을 구할 수 없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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