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 21-3] 수상행식(受想行識): 인연 조건에 따라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자신만의 특성이 없다
본래 공한 자리는 담연상적하여 어떤 것에도 공포가 없다. 죽을 때면 죽어야 한다. 사대육신이 쑤시고 아프고 고통이 심하면 숨을 헐떡이게 된다. 주위에서 보는 사람은 아프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아픈 것을 아프다고 하는 것은 공포심과 다르다.
열반도 마찬가지다. 열반은 아프지 않는 것이고, 고통받지 않는 것이며, 편안히 앉아서도 죽고, 거꾸로 물구나무를 서서도 죽고, 허공이 떠가는 것이라는 생각은 큰 착각이다. 그런 착각 속에서 살고 바라보기 때문에 우리는 중생이다.
공부를 많이 하신 스님이 아파서 1년을 누워서 헉헉거리며 죽는 소리를 내도 깨우침은 별개이며 전혀 신체적 증상과는 관련이 없다. 신체증상은 생리적인 현상일 뿐이다. 그것으로 깨우침이 형편없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의 깨달음에 대한 정의가 잘못된 것이다.
공이라는 말은 사물에 자성이 없다는 것이며, 사물의 자성이 없다는 것은 어떤 사물을 그 사물이게 하는 자기 동일성, 혹은 실체가 없다는 말이다. 제법을 조건으로 하여 존재하는 것을 공성이라고 한다. 또 조건에 의존해서 존재하는 것이 무자성성이다.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다면, 글을 쓰는 현상은 행위자인 나와 글쓰는 행위와 행위의 대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요소가 글을 쓰는 현상이 성립할 때 비로소 그런 모습(상,相)을 갖게 된다. 그런데 나와 글쓰는 행위와 글의 대상이 제각기 자기 동일성(자성,自性)을 갖고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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