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모든 일이 생전에 내가 지은 업보 때문이야!"라고 애둘러 자신의책임이라는 의미로 말할 때가 있다. 불교에서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말과 행동과 생각들이 원인이 되어 결과적으로 일어난 일이라는 의미다.
말을 단지 의식을 가진 생명체들의 행위와 그 행위의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편리한 언어적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엄밀히 보면 그런 업이라는 형이상학적 대상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 보아도, 아무리 마음의 성찰을 통해 바라 보아도 그런 것은 없다. 말하자면 물리세계와 의식세계 어디에도 그런 존재론적 대상으로서의 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현세나 전생에서 일어났거나 유지하고 있던 이런저런 조건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과정일 뿐이다.
정신작용이 뜻을 결정하고 선악을 짓게 되어 업이 생기는데, 여기에는 뜻으로 활동하는 정신 내부의 업과 결정된 뜻에 따라 말과 행동으로 나타내는 업이 있다. 이것을 몸과 말과 마음의 3업이라 한다. 몸과 말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마음 속에 내재하여 선악을 짓기도 한다.
초기 불교 당시 대부분의 사상가나 종교가들은 운명적, 숙명적 인생관을 가지고 유물주의, 쾌락주의, 또는 고행주의적 삶이 그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따라서 주체적으로 파악되어야 할 업이 타력적, 운명적, 또는 숙명적 생각으로 파악되고 있었다.
이에 부처님께서 업력이 역학적 인과관계에 의하여, 인연화합의 관계에서, 상호의존하고 상호관련의 관계에서, 그 마음의 주체의지에 의하여 그 강약이 나타남을 깨우쳤다. 이를 통하여 허구적인 창조론과 숙명적, 운명적 허무주의에서 탈피하고 자유로운 업력의 주체가 되도록 했다.
특히, 인과응보의 교설과 더불어 업의 본질이나 분류에 관한 고찰이 심화되었고, 행위에 대한 과보로서의 업은 자연법칙적인 인과만이 아니라 인간사회의 윤리성에 직결된다는 것을 간파하도록 했다. 복잡다단한 인간 의식의 전개과정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하고 설명한 것이다.
어떤 조건이 모이고 흩어지는 연기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업이라는 대상과 개념을 이 세상에서 모두 없애도 이 세상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고, 조건들은 여전이 이러저러하게 모이고 흩어질 것이고, 인과응보를 비롯해 모든 연기하는 것들은 계속 그러그러하게 연기할 것이다.
존재하는 대상의 수는 반드시 필요하지 않으면 증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존재의 경제성의 원리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업이 실제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대상이라고 볼 이유가 없다. 업은 어떤 구체적인 과보가 아니라 단지 인과와 연기만을 이야기할 뿐이다.
업을 통해 개개인이 해탈을 추구하지만, 사회와 개인이 결코 무관한 관계가 아니며, 나와 관련 있는 것들의 생존에만 관계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존, 예컨대 인간과 사회 환경과의 상호 의존관계까지도 추구하고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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