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보면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짜증이나 화가 날 때가 있다. 그때는 얼굴의 모든 근육이 폭발할 듯 긴장하기 때문에 표정이 흉하게 일그러지며 변하게 된다. 거울로 그런 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된다.
이런 얼굴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될지도 알게 된다. 그냥 평온하고 침착하게 호흡을 가다듬고 의식적으로 얼굴 전체로 미소를 짓기만 하면 된다. 한두 번 반복하다 보면 표정이 훨씬 더 부드럽게 풀린 것을 확인하게 된다.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미소를 지으면 마음도 편안해지며 기분도 원래대로 돌아오게 된다. 화는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현상이지만, 생물학적, 화학적 요인들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화가나면 근육이 긴장되지만, 미소를 지으면 화가 누그러진다.
가방에 손거울을 넣고 다니는 이유가 바로 그렇게 표정과 외모를 관리하는 등 매무새를 가다듬기 위해서일 것이다. 화는 뜻대로 안 된다며 보채며 우는 아이와 똑같다. 아이는 엄마가 품 안에 안아주기를 원한다.
우리 모두는 화라는 아기의 어머니인 셈이다. 의식을 집중해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순간, 우리에게는 어머니의 에너지가 생기고, 화라는 아이를 품에 안고 어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화를 가만히 감싸 안는 것만으로도 아기는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모든 식물은 햇빛에서 영양분을 얻기 때문에 햇빛에 민감하다. 햇빛의 품에 안긴 식물은 변화를 겪는다. 꽃이 아침 해가 뜨고 햇빛이 꽃을 감싸 안고 햇빛의 광자라는 작은 미립자들이 하나씩 하나씩 꽃 속으로 들어가 그 안을 가득 채워야 잎을 벌린다.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신적, 생리적 작용들이 미소가 우리 안에 알아차림의 힘을 키워 화를 껴안을 수 있도록 도와주듯이 '알아차림'에 민감하다. 의식을 집중해서 화와 절망을 보듬으면 우리 안의 화와 절망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바로 이 알아차림의 에너지로 감싸 안은 모든 것에는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화는 우리 몸이 피우는 꽃과 같다. 처음에는 화가 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해도 알아차림의 에너지로 화를 보듬는 방법을 알게 되면 화라는 꽃봉오리를 연다.
가만히 앉아서 호흡에 의식을 집중하거나 걷거나 달리기 명상을 하면, 알아차림의 에너지가 생겨나면서 화를 보듬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10분, 20분, 30분이 지나면 화가 차츰 그 봉오리를 열면서 어느 순간 정체를 드러내 보인다.
쌀을 씻어 밥솥에 앉히고 뚜껑을 닫고 불 위에 올려 열을 가하면 익어 밥이 된다. 불길이 세다고 5분 만에 불을 끄면 밥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최소한 30분은 가열해야 한다. 화도 그렇게 충분히 익히면 그저 잘못된 인식이나 미숙함이 그 원인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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