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위에는 주변 사람은 물론 낯모르는 이나 동물까지 모든 존재가 받는 고통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연민을 느끼며, 이들의 고통을 줄이는 데 대부분의 시간과 노력을 쏟는 사람들이 있다. 어디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만 들리면 손이 본능적으로 지갑으로 향한다.
부유하지는 않지만 많은 돈을 자선 단체나 재해지역이나 노숙자나 환자 지원 시설에 보낸다. 이렇다할 개인적인 업적이나 다른 사람이 손꼽을 만큼 자신만의 가치도 없으며, 상상력 없이 단순하고 단조롭고 따분한 일을 변함 없이 하면서도 도움으로 귀결되는 삶을 산다.
또 정반대로 고통에 시달리거나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무관심한 사람은 아니어서 부탁을 받으면 자선 단체에 기부도 하지만, 이것이 삶의 목적은 아니며 자기 중심적인 삶으로 인정받고 크게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면서 그 밖의 일상적인 일들, 심지어 가족이나 그날그날 해야 할 일은 모두 뒷전으로 밀린다. 재능 있고 명민하고 독창적이며 의욕에 넘치는 사람으로 한마디로 인간미의 견본 같은 좋은 사람으로 칭송받는다.
이 두 사람의 가치관이나 삶의 목적은 환전히 다르다.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 다른 사람은 자기 자신과 자신의 일만을 위해 산다. 이렇게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자질은 공통적으로 '좋다(good)'라는 한 단어로 정확히 수렴된다.
언제 어디서나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이 좋은 사람, 좋은 인간의 전형이라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자신의 일을 완벽하게 하는 사람도 좋은 사람, 무엇보다 사회와 문화를 더 아름답게 하는 존재라는 주장에 토를 달 사람도 없다.
한 사람의 좋은 점은 자비심이고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은 개인적 탁월성이지만, 좋은 자질(goodness)의 뜻은 전혀 다르다. 한 가지 자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다른 자질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피카소에게는 테레사 수녀와 같은 좋은 자질이 부족하고, 반대로 테레사 수녀에게는 피카소 같은 독창적인 천재들이 극적으로 드러내는 좋은 자질이나 인간적 가치가 많이 부족할 수도 있다. 두 사람 모두 좋은 사람의 전형임에도 각자의 좋은 자질은 다른 의미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초기 철학자들은 인간의 좋은 자질을 위대한 영웅적 업적이나 지혜로움이나 공명정대함 같은 개인적인 탁월성에 두었던 것 같다. 이런 개념은 부처님이나 예수님 같은 종교인들이 나타나면서 사라졌다.
인간의 좋은 자질은 그 사람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가 아니라 그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로 정의되었다. 개인적 성취와 식견, 창조력이 우월한 사람보다 온순하고 가난하고 탄압받지만 세상의 소금인 자비로운 사람들이 좋은 인간으로 추대되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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