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생각이나 주관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가정에서 어머니처럼 자식들이 어떤 요구나 이야기를 하더라도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고 "흠, 그렇구나!"라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바로 해탈이요, 헌신이다.
자아가 그렇듯이 차분해진 마음으로 침묵 속에서 머무르는 것이 깨달음을 향한 진정한 헌신이다. 믿음에 대해 자신을 완전히 맡겨 있는 그대로 따름으로써 자신의 본성으로 돌아와 지극히 충만한 평화를 누리게 된다.
그런 평화 속에 머무르는 동안은 가슴에서 자신의 결함이나 부족함에 대한 불평이 사라진다. 이런 평화만이 지고한 헌신의 본질이다. 신이나 어떤 절대자의 종이 되거나 그런 자아의 생각조차 사라진 고요한 침묵이 바로 나 자신의 본성에 깃드는 일이다.
신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 데에 몰두해 세상을 떠돌아도 마음만이 한 곳에 집중하면 된다. 몸이 아무리 깊은 산 속에 머물러 있어도 마음이 떠돌아다닌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뭔가 바라는 것이 있어서 어떤 대상을 경배하는 것도 똑같다.
그런 행위는 그냥 그 대상에 대한 경배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냥 바라는 대상에 대한 모든 생각을 끊는 것이, 깨달음의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우선적인 마음의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세상 모든 대상에 대해 경배하고 머리를 조아리는 것도 마음 수행이라 할 수도 있지만, 모든 대상에서 그 본성을 본다면 반드시 깨달음이라는 구체적인 어떤 상태를 떠올려야 한다. 이처럼 마음에 어떤 개념이나 존재감을 품는 것도 명상의 한 방법이다.
깨달음은 나에 의해서만, 그리고 내 안에서만 가능하다. 깨달음은 결코 나와 떨어질 수 없다. 깨닫기 위해서는 명상을 먼저 해야 하지만, 신이든 나 자신에 관한 명상이든 상관이 없다. 어차히 목표는 같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나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것에서 신의 존재감을 발견한다고 하면서도, 왜 유독 자신에게 깃들어 있는 신성은 발견하지 못할까? 비록 모든 것이 신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보거나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가 누구인가?
신을 본다는 것은 곧 자신이 신이 되는 것이다. 무소부재한 신과 구별되어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로지 신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의 수행을 위해서는 신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헌신과 경배의 길을 간다고 하더라도 마지막에는 반드시 나 자신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 나 자신의 자아를 완전히 포기함으로써 늘 있는 그대로의 '나'가 남아 있게 된다. 어떤 길을 가더라도 '나'를 피할 수는 없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