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세상이다. 부가 부를 부른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공평한 게임으로 부를 거둔 사람보다 타고난 부로 상류생활을 누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시각이다.
이솝 우화 '고양이와 수탉'에서 이해심 많은 고양이는 수탉을 잡아놓고 시비를 건다. "너는 새벽에 울서서 인간들의 수면을 방해하고 있지?" 그러자 닭이 "네, 하지만 그것은 주인님이 일하러 나가셔야 하니까 깨워드리는 것이니 오히려 도움이 되는 일이지요."
고양이가 다시 "네놈은 모이만 축내는 바람둥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더군."라고 하자, 수탉이 "그것도 알을 많이 낳아 주인님을 도와드리려는 것이지요."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고양이가 "그래? 그렇지만 굶주린 내가 너을 잡아먹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야."라며 잡아 먹었다.
수탉은 논리적으로 고양이를 이긴 것은 분명하지만, 결국에는 잡아먹히고 말았다. 세상살이에서는 힘을 가진 사람이 처음에는 그럴듯한 이유를 찾아 자신을 정당화하려 하지만, 정당한 이유가 없어도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약자를 함부로 대하고 괴롭힌다는 의미다.
일상생활에서 어떤 갈등이 있을 때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흔히 "누구나 사정이 있기 마련이지.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마당에 비난할 생각은 없어. 속 끓이지 말고 툭 터놓고 이야기해 봐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속마음을 터놓거나 말거나와 상관없이 을의 위치에 있는 약자들을 배려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힘을 가진 사람들은 마지막에 논리적으로 궁해지거나 하면 악의적인 말로 이빨을 드러낸다.
상사가 부하직원을 배려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부하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해하고 있다면 속을 툭 터놓으라는 식으로 말하는 일은 없을 것이니까 말이다. 일은 그 사람의 삶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말은 결과적인 말일 뿐이다.
일은 공적인 일이고, 공적인 일에서는 속마음이나 정신 같은 사적인 것은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내놓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상품은 팔아도 정신은 팔지 않는 태도가 공적인 일에 임하는 바른 태도라고 생각된다.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구태여 이해시킬 필요는 없다.
중산층 사람들은 경제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그들에 대한 존경심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산층들의 내면의식에 부자에 대한 긍정적인 편견을 형성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부유한 사람들의 부도덕한 측면을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젠가 그들과 같은 위치에 서고 싶은 욕망이 이런 잠재의식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친 듯하다. 그렇더라도 공적인 일에서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은 위험한데, 머리로 생각해야 할 곳에 가슴이 들어오는 식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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