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나 전철을 타고 가다 보면 내가 그 길을 달리고 있는 상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은 흔하다. 그리고 내려서는 감을 잡기 위해 걷거나 가볍게 달려보기도 한다. 내가 그 지점을 지나는 시간과 기록, 그리고 속도를 그려본다.
달려가는 나를 지켜보고 응원하는 사람들도 빼놓을 수 없다. 공공 장소나 도로를 차단하고 달리는 것은 조금 미안스럽기도 하지만, '소아암환우돕기'처럼 훌륭한 대의를 위한 활동이라서 기꺼이 참가한 사람들도 있다.
3km 걷기든 5~10km 건강 달리기든, 하프나 풀코스 마라톤이든, 아니면 그 이상 울트라마라톤이든 똑같다. 대회 전날 저녁은 탄수화물이 듬뿍 든 식사를 배가 부르게 먹고 마치 엘리트 선수라도 된 듯한 기분을 즐기게 된다.
마라톤뿐만 아니라 달리기 대회장은 아무리 초보자라도 불안보다는 흥분을 느끼게 만드는 전형적인 자부심과 자신감이 넘치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마치 소풍을 앞둔 어린 아이와 같은 기분에 젖게 된다.
마라톤 대회장에서는 떠나보낸 사람들을 기억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을 응원하고, 돈을 모금하고, 운동을 할 계획으로 모인 사람들이다. 나는 항상 비슷한 완주 계획시간대 별로 나뉘어진 대열의 앞보다는 가장 뒤쪽에서 출발하는 편이다.
달리기 대회에서는 달리기 위해 참가했지만, 걸어서 결승선을 넘는 사람들도 많다. 달리기 초기에는 무슨 주자가 달리기 대회에까지 나와서 걷고 있을까 의아하게 생각한 적도 있지만, 조금 가다 보면 나 자신도 걷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무슨 주자가 달리는 것을 다 깜박하나 싶을 수 있지만, 이미 내 마음 속의 결심은 서두르지 말고 끝까지 가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고 새로운 목표가 정해져 있다. 길 위에서는 인생살이처럼 추월하는 사람과 뒤처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길 위에서 암을 이기자!"거나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또는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응원성 현수막도 주자의 발걸음을 힘차게 만드는 응원군들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앞지르거나, 내가 다른 주자를 앞지르거나 모두가 즐겁다.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반환점을 이미 돌아오는 러닝셔츠와 반바지 차림의 호리호리한 선두 주자가 보이면 나는 항상 손을 들고 "힘~!" "최고다~!" 같은 환호로 응원을 해준다. 그런 행동의 적절성 여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기분대로 표현하는 것일 뿐.
대회장에서는 달리는 경주 그 자체를 즐기고 서 있는 상태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이다. 상체를 똑바로 세우고 팔을 앞뒤로 열심히 흔들며 체중을 양쪽 다리로 최적의 리듬으로 이동시키는 자세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언제나 마음만은 케냐인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