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나 달리기, 또는 등산을 오래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특별한 종교가 없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자신의 걷기나 달리기, 또는 등산 그 자체가 신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모든 주자들은 자신의 내면의 신과 함께 두 발을 옮겨간다.
걷기나 달리기, 또는 등산처럼 두 발로 하는 운동은 인간과 세상 사이의 구분을 없애고 마침내 세상의 한 원소가 되는 소속감을 주고, 단순히 땅이나 자신의 무게만 지탱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동맹으로 함양된 자신의 내면의 힘을 통해서도 지탱된다.
세상 속의 내 존재가 다시 숭고함의 한 형태가 되는 순간이다. 그래서 일신론이 될 수 없다. 길을 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인상들이 너무도 다양하고 모순적이고 늘 변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단 하나의 진영이 아니라 세상의 거센 바람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오히려 다신교에 속해서 다수의 신성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길을 가는 사람이 그 신들을 알든 모르든 그런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신들은 그와 함께 할 것이니까 말이다. 때로는 들판이나 숲의 맥박 소리, 길 위의 사람들의 반기고 응원하는 호흡 소리가 들린다.
숲, 산, 강, 계곡, 들판, 사막, 갯벌 등 각각의 공간은 장소의 정령들의 지배를 받는다. 그 정령의 영역 속에 들어서면 주자는 특별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매력이나 반감, 감탄이나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그런 장소들은 중립적이지도, 비어있지도 않다.
마음을 끌어 당기는 힘이 순조롭거나 혹은 위태롭게 주자들에게 스며든다. 장소의 정령은 어떤 이들은 성의껏 환대하고, 어떤 이들은 냉대한다. 여정은 우선의 자신과의 대면이 끊임없는 내밀한 자리 한가운데서 이루어진다.
운동을 통해 숭고함의 목적을 추구한다면 여정의 끝에 다가갈 걱정보다는 내면의 변화를 꾀할 걱정이 앞서는 주자들에게는 대개는 자발적인 장애물들로 가득하다. 수고, 인내, 끈기, 피로, 결핍은 그들이 추구하는 내적지향성에 빠져서는 안 될 요소들이다.
달리기는 무엇보다도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이지 소풍이 아니다. 주자들에게 전진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들은 성숙해지고, 결단력을 시험하기 위한 시련들이다. 달리기는 모든 주자들에게 오랜 꿈의 결과이다.
어릴 적부터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치 어떤 소명처럼, 풍경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멋진 신체의 역동적 움직임으로 쭉 이어진 큰 길을 뛰어보고 싶었던 욕망들이 있었다. 그런 욕망이 성취될 때 비로소 자기 자신에게 감탄하게 될 수 있다.
잘 생각해 보자. 우리는 산의 정상을, 파도의 움직임을, 강의 물결을, 바다의 끝없음을, 하늘의 별들을 보면서 감탄을 하지만, 정작 자신을 보고 감탄을 할 줄은 모르고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달리기의 신이 교훈을 주는 것이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라고.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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