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맺어진 부부라 할지라도 살아가면서 대화가 없다면 진정한 사랑이 이어진다거나 서로를 잘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일상의 삶에서 상대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과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나 자신과도 대화할 수 없으면서 다른 상대와 대화한다는 것은 형식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내면적인 이해를 공유하기는 불가능하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다.
시어머니와 똑같은 행동을 하거나 아버지와 똑같은 행동을 하면서 정작 자신은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알고 보면 허다하다. 그러면서 시어머니를 미워하고 아버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부한다.
살아가면서 상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시어머니가 곧 나고, 아버지가 바로 나이며, 나와 시어머니나 아버지는 삶의 지속되는 흐름 속에서 연속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 자신과 대화를 할 수 있어야 시어머니나 아버지와도 대화할 수 있게 된다. 나는 나 아닌 요소들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사실을 통찰해야 나를 이해하는 길을 발견한 것이다. 시어머니나 아버지는 나를 구성하고 있는 나 아닌 요소다.
시어머니나 아버지와 별개의 존재라고 주장하더라도 그들이 없이는 지금의 나도 없다. 이렇듯 그들은 내 몸과 마음에 온전하게 존재한다. 따라서 나 자신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것은 내가 곧 시어머니이고 아버지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내 안에는 나 아닌 수많은 요소들, 조상님들, 흙, 태양, 물, 공기, 내가 먹는 음식들로 이루어진 요소다. 언뜻 봐서 나와는 상관이 없는 별개의 것처럼 보이는 이런 것들이 없었다면 나라는 인간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서로 싸우고 있는 두 정당이 뭔가를 협상하려는데, 양측 모두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정치집단이 우리 나라에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정당, 국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상대 정당과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두 정당은 서로 별개인 존재가 아니다. 한 정당의 고충이 곧 상대 정당의 고충이고, 이쪽의 장래 희망이 곧 저쪽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화가 나면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이해하면 누가 화를 낼 때 그도 고통받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한쪽을 모욕하거나 폭력적으로 행동할 때도 그쪽 또한 자신의 폭력성과 화로 인해 고통받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쉽게 이런 상대적 이해를 잊고 있다. 나만 고통받고, 상대는 폭군이라 치부한다. 그러니 응징하거나 되갚아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내가 느끼는 고통이나 화가 상대가 느끼는 고통과 화와 다르지 않음을 이해하면 상대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생긴다.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 곧 나를 이해하는 것이고, 나를 이해하는 것이 곧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나부터 시작돼야 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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