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아버지들이 있다. 아들이 나와 유전적으로 또는 생물학적으로 하나의 연속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어머니에게 불평하는 아들도 있다. 어머니는 나의 조상으로 나는 어머니의 후손으로 서로 연속되어 있다. 같은 생명의 물줄기에 속해 있다.
임신을 하면 어머니는 태아와 자신이 한 몸임을 통찰한다. 먹고 마실 때나, 일하고 쉴 때도 아기를 늘 조심하고 신경을 쓴다. 매사에 내 몸 돌보는 것이 아기를 돌보는 일이며, 아기가 곧 자신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서로가 자기 자신이며. 서로 같은 생명에 연결되어 있음을 모르는 것이 바로 생명에 무지하기 때문이다. 그런 무지 때문에 서로 분리된 존재로 느끼게 되고, 그런 간극이 크지면서 갈등이 끊이지 않게 된다.
갈등은 서로를 전혀 별개의 존재로 느끼게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두 사람은 여전히 하나다. 그러기에 부모와 자식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고 관게가 소원해졌더라도 다툼을 멈추고 화해하는 것은 바로 각자가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것이다.
자식에게 화를 내는 것은 바로 나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이고, 벌주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을 벌주는 것이다. 아버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곧 나 자신에게 상처를 내는 자해행위이다. 이런 이해는 무아에 대한 통찰에서 나온다.
나는 나 아닌 요소들, 즉 내 조상들과 내 아버지와 내 어머니, 내 아들, 그리고 공기와 흙으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것을 통찰할 수 있어야 이런 생명의 살아있는 줄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는 통찰에 이르면 행복과 고통도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된다. 나의 고통이 곧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고통이며, 나의 행복이 그들의 행복이라는 사실을 통찰하면 벌주거나 비난하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런 유혹에서 벗어나면 그 다음에는 훨씬 더 지혜롭게 행동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지혜는 깊이 들여다보고 깊게 생각한 결과로 얻게 되는 열매다. 그러므로 자신의 반야심경을 잃다 보면 내 부모와 내 자녀가 곧 나라는 통찰을 계속해서 상기할 수 있다.
나는 홀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없다는 무아의 진리를 통찰하기 위해 경전을 읽는다. 반야심경 같은 경전에는 지혜의 말씀들이 담겨 있다. 내가 가족들에게 보내는 반야심경도 우리가 결코 분리된 개별적인 존재가 아님을 상기시켜 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사랑의 지혜를 깨닫게 해준다. 화가 났을 때, 내가 분리된 존재라는 착각에 사로잡힐 때 직접 쓴 반야심경을 읽으면서 다시 나 자신에게로 되돌아간다. 마음에 통찰이 있으면 부처가 있는 것이고, 그러기에 우리는 더 이상 고통 없이 안전하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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