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들은 주로 내가 싫어하는 것을 말하거나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가만히 다시 생각해보면, 나를 진실로 화나게 하는 것은 그 말이나 행동을 한 사람인가? 아니면 그가 한 말이나 행동 그 자체인가?
언뜻 생각하면 그 사람이 한 말이나 행동 그 자체 때문이라 할 수 있지만, 그 말이나 행동이 만들어져 나온 그 사람의 입이나 신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입이나 신체를 움직이는 것은 근육과 뇌이며, 이렇게 조사해 보면 화를 낼 어떤 대상도 없다.
화나 분노의 대상은 그 자체로는 어떤 고유한 본성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대신에 감정과 그 대상이 상호의존적으로 작용함을 알 수 있다. 어릴 때 선생님이 막대기로 나를 때렸고, 그래서 나는 그 선생님을 아직도 그런 처분을 잊지 못하고 화낸다.
선생님께서 나를 친 막대기가 죄인인가? 아니면 그 감정이 책임인가? 그것도 아니면 그런 상황, 즉 매를 들도록 감정을 폭발시킨 원인이 무엇인가? 교장 선생님에게 질책을 받았을 수도 있고, 교장 선생님은 왜 화가 났을까?
누구나 우리 대부분은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냥 겉으로 드러난 것 너머를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하고, 그것이 수행이다. 그런 수행은 시간이 걸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자기 자신에게 먼저 친절을 베푸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생생활 속 명상의 핵심은 나 자신의 감정적인 반응과 그 감정의 대상인 사람, 장소, 상황의 무상함과 상호의존성을 살펴보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외로움, 애정 결핍, 사회생활의 어색함, 다른 사람들에 대한 판단 등 작은 부분으로 쪼개보는 연습이다.
그런 연습과 훈련을 통해 본래부터 존재하는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고정불변, 개별성, 독립성이라는 환상을 깨부수는 것이다. 만일 감정을 이처럼 깊이 바라본다면 결국 고정불변하고 개별적이며 독립적인 어떤 요소도 없음을 알게 된다.
우리의 내면에 내재하는 감정과 그것의 대상은 수행과 함께 흩어져 사라질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통찰을 가지고 나의 생각과 감정에 접근하면 이전에는 알아차릴 수 없었던 감정의 본질인 무한한 투명함과 자유를 발견할 수 있다.
나 자신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기 위해서는 경험과 경험자 사이의 경계선을 무너뜨려야 한다. 이 얼마나 멋진 능력의 발견인가!마치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산을 달려 올라가 정상에 서서 모자를 벗고 심호흡을 한다.
그러면 이마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멀리까지 보이는 확 트인 전망을 즐기고, 드넓게 펼쳐진 무한한 하늘을 응시하며 산 정상에 성공적으로 올랐다는 안도감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여기서 모자는 우리가 매달려 있는 관념들의 집합을 상징한다.
감정을 견고하고 고정불변하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여기는 믿음이다. 산을 오르는 힘든 여정은 감정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상징한다. 모자를 벗는 것은 관념들을 제거하고 난 후의 안도감뿐만 아니라 그 결과로 얻어지는 무한한 자각을 의미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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