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굽이굽이 길목마다 맞아주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 마음 속에는 항상 세상에 대한 불안이 그림자처럼 따라 다닌다. 지나고 보면 그런 긴 인생 여정이 계속되는 동안 하루하루는 작은 기적의 나날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가 넘치는 삶을 위해 나아가는 하루하루는 마치 철저한 부처님의 신통력이나 하느님의 보호를 기대하듯 아무리 험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수행자나 순례자의 느낌으로 자신만의 길을 헤쳐나가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고난의 인생길을 이야기할 때는 항상 자신보다 자신에게 맡겨진 소명과 신심을 앞세운다. 그런 사람들에게 하루하루는 부처님이나 신 같은 절대자에게 자신을 바치는 봉헌의 의미를 갖는다.
그런 봉헌의 걸음걸음은 일종의 신성한 빛의 궤도를 따라 가는 성취의 과정이다. 자신이 믿는 위인들이 지난 길을 따라 자신의 집을 벗어나 일체의 친밀감과 무관한 어떤 세계와 마주하는 고의적인 금욕과 영적인 단련을 수행한다.
안락한 자신의 집과 익숙한 마음을 잠정적으로 버리고 다시 그곳으로 되돌아간다는 보장도 없이 오직 헤아릴 길 없는 절대자의 뜻을 믿고 그의 길을 따라가며 살아가고자 하므로 그는 자신이 무엇을 잃을 각오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런 인생 여행의 목적지에 확실하게 도달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지만, 그 대가로 마음의 여행이 끝나는 곳에 이르면 큰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마음 탐구의 사업에 자신을 던지면 끝이 없는 기쁨의 세상을 얻게 될 것임을 믿는다.
이것이야 말로 해볼 만한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최소한 흉내라도 내어보는 순례나 순행의 귀결은 그런 행위의 앞과 뒤라는 두 가지 시기로 크게 나뉘어진다. 이 여정에는 두 발로 걷거나 달리는 것이 장소 이동에 가장 널리 활용되는 수단이다.
이 길에서 사람들은 온갖 생명들을 만난다. 상인, 군인, 학생, 떠돌이, 걸인, 여행자, 농부, 정치인, 환경미화원, 배우, 화가, 노숙자 등등 온갖 사람들을 마주하며, 동트고 밝아지면서부터 해지고 어두워질 때까지 걷는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는 다른 사람들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힘으로부터 오는 여러 가지 위험 요소들이 잠복하고 있다. 길에는 먼지투성이 발만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겉옷, 구두, 장화, 하이힐, 창이 넓은 모자, 짧은 외투, 안경 지팡이나 술병도 있다.
각자의 독특한 옷차림이 있어서 끼리끼리 서로 구별되며 알아보며 함께 쉬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더 내공을 쌓기 위해 혹은 반성하기 위해 신을 신지 않고 맨발로 다니는 사람도 있다. 스스로 자발적으로 부과한 시련을 통해 거듭나기를 원하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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