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저마다 엄청난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다. 살아가면서 그 가치를 지켜야 한다. 아무리 화려하고 매혹적인 것들도 나 자신과 비교하면 하찮기 짝이 없는 무언가를 손에 넣기 위해 안달하는 아이처럼 행동하면서 진정 귀중한 가치는 내다버리고 있다.
지폐가 우연히 내 발 앞에 떨어진다면, 당연히 주어야 한다. 지폐는 그만큼 가치가 있다. 부자나 높은 지위가 그저 경멸해야 하는 가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내 손 안에 없더라도 나에게는 정말 중요한 나 자신이, 내가 열망한 이상적인 내가 있다.
그러나 바라지도 않은 재물과 지위가 말 그대로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면 이를 무작정 악으로 치부할 필요도 없다. 자부심의 본질은 생각과 감정을 항상 가다듬고 세속적인 것에 오염되지 않도록 귀중한 영혼을 지키는 데서 나온다.
자부심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좋다'는 의미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인간의 좋음이란 자비로움을 뜻하기 때문에 '좋은' 사람은 개인적인 상대적 탁월성이나 우월함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친절하고 너그러운 사람을 가리킨다.
즉 재물이나 권력, 그 밖의 세속적인 가치와는 아무 상관없이 영혼, 바로 내적 자아가 좋은 사람, 생각과 감정이 우월하고 탁월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권력을 획득해서가 아니라 이런 면모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세속적 지위의 좋은 점은 한 순간의 권력에 지나지 않는 겉모습일 뿐이며 엉터리이며, 어쩌다 얻거나 통제하게 된 외적인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에 따라 정당화된 자기애가 바로 자부심의 바탕이라 할 수 있다.
어떤 남자가 미국 링컨 대통령에게 연방정부 내에 직책을 맡게 해 달라고 요청하자, 간단한 논의를 한 후 윌리엄 수어드 국무장관에게 보냈다. 수어드를 만나고 돌아오자 수어드가 뭐라고 했는지 물었다.
"대통령님이 구제불능 멍청이라 하던데요."라고 대답하자, 링컨은 "그렇다면 그럴지도 모르지요. 수어드는 언제나 옳으니까."라고 답했다. 링컨은 겸양이나 겸손을 드러낸 것도 아니고 자신이 멍청이라는 판단에 동의한 것도 아니다.
농담 같은 그의 말은 오히려 링컨의 진지함을 드러냈고 있으며, 링컨은 충분히 강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보다 시시한 사람이라면 모욕이라 여길 만한 것도 우스개로 넘겨버릴 수도 있었다. 오만한 대통령 같았으면 이런 명백한 불복종에 분노하였을 것이다.
자신의 가치를 아는 진정한 사람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오만은 자부심이 아닌 근본적인 불안의 표현이다. 진정한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은 오만한 경향이 있다. 오만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는 우월한 힘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링컨 대통령은 자신의 가치를 알고 있었고, 수어드의 가치보다 더 높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의 말을 농담조로 받아넘겼는데, 순신한 사람들 눈에는 이런 행동이 자기 부정으로 비친다. 자부심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다함께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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