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 35-3] 내지무노사(乃至無老死) 죽고 늙는 것 또한 없다 : 방하착이 되면 단박에 공한 도리를 하는 것이다
전쟁터에서 집에 돌아온 사람은 생사가 있음을 보지 않으며, 사회에서나 운동에서 돌아온 사람은 성공이나 실패, 우승이나 패배가 있음을 느끼지 못한다. 천당이나 지옥 등 육도와 사생, 모든 환희와 화마를 철저히 본 사람은 모두 교섭하지 못하며, 자연히 온 몸을 놓아버린다.
모든 법은 영원하지 않으며 일체가 다 공하다. 온 몸을 다 놓아버린 이 자리가 곧 부처님의 대원각의 경지이다. 대전을 가면 대전을 만나고, 서울을 가면 서울을 만나고, 미국을 가면 미국을 만나듯 바깥 경계는 항상 변하지만, 지금 만나는 사람은 이 한 사람만 보는 것이다.
방하착(放下着)하라는 말은 “내려놓아라. 내버려라.”는 말이다. 마음속에 한 생각도 지니지 말고 텅 빈 허공처럼 유지하라는 의미다. 텅 빈 마음, 즉 마음의 실재를 일컫는다. 크고 작은 정이나 생각을 논리로 다투는 것 자체가 공의 세계에 접근하지 못한 소리이다.
중국 당나라 때 엄양 스님이 조주 스님에게 물었다. "한 물건도 가지고 오지 않았을 때, 그 경계가 어떠합니까?" 이에 조주 스님이 "내려놓거라(방하착)."라고 하였다. 그러자 엄양이 "한 물건도 가지지 않았는데 무엇을 방하착합니까?"라고 다시 묻자 "그러면 지고 가거라(착득거, 着得去)."라고 대답하였다.
엄양이 질문하려는 마음, 즉 마음속에 아무것도 없다는 인식 그 자체도 내려놓으라는 뜻이 담겨 있다. 다시 말해, 더 이상 버릴 것이 없을 만큼 완전히 내려놓는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경지에 이르면 인간의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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