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하면서 느끼는 늙음은 예전처럼 빨리 걷거나 돌발 상황에 즉각 대응 반응이 어렵고, 기운이 왕성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런 변화된 모습을 언제 정확하게 알아차렸는지도 잘 모르게 서서히 자연스럽게 우리 몸은 그렇게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오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은회색으로 변하고, 얼굴에는 주름이 생기고, 언제부터인가 바닥에 앉았다 일어설 때는 허리가 앞으로 굽어졌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이제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 옆에 있어줄 수 없을 수도 있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있다.
마음 한편으로는 항상 내 자리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믿었고, 또 그러기를 희망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떠나가리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묘하게도 그런 현실감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서 청천벽력처럼 나를 놀라게 하지는 않는다.
일말의 주저함이나 두려움 없이 나에게 알려주었던 세상 현실을 나 스스로 담담하게 받아들였을 뿐이다. 물론 슬픔은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지만, 생명은 순환한다는 자연 현실을 감추지 않았기에 통찰력과 담대함을 가지고 우울함을 이겨 낼 수 있다.
나는 대도시 한 가운데 고층 아파트에서 살지만, 도시 어디든 걷거나 뛰어 다닌다. 자전거와 사이클을 탈 때도 있었지만, 옥수동 내리막길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사람을 피하지 못하고 넘어져 다친 사고 이후에는 두 발에만 의지한다.
예전에는 젊은 사람들에게 가볍게 술 한 잔하고 운전하는 것도 크게 막지 않았지만, 요즘은 입에 술만 대었다면 핸들을 잡지 말고 대리운전을 부르라고 강조하고 또 확인한다. 지나가는 지인이 태워다 주겠다고 해도 나는 사양하고 나 혼자 간선도로를 탐험한다.
산업 개발 시대 초기 젊었을 때는 1~2년마다 직장 이동이나 전제 계약이 만료되어 이사를 다녔다. 주민등록 등본을 떼어보다 기나긴 이사 여정에 깜짝 놀라게 된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지난한 인생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아이가 둘이면 시끄럽고 집을 훼손한다고 전세를 주지 못하겠다는 말을 듣고 열받아서 은행 대출을 받았고, 작은 공간이었지만 우리 집을 샀을 때의 즐거움과 행복감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집들이 잔치도 많이 했었다.
내 삶이 항상 옮겨다니는 객지 생활이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지만, 다들 나처럼 잘 이겨냈다. 예상치 못했더라도, 원하지 않았더라도, 계획에 없었더라도 변화는 우리 삶의 필수요소이며, 나부터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어떤 일에도 가족으로서의 품위와 용기를 잃지 않고 세상에 맞서며 아이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렇게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했다. 끝까지 아내를 항상 사랑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촌놈의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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