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가정은 사랑하는 남편과 아내, 그리고 아들과 딸들로 구성되어 있다. 가족은 머리카락, 눈동자, 피부의 색이나 키나 체중, 성격 등 모든 측면들은 다르다. 그러나 우리가 동양에서 서양, 또는 아프리카나 극지방으로 가보면 집단적 차이도 발견할 수 있다.
상대의 특징이 좋아 머리를 염색하고, 피부를 화장하고, 외모를 성형하더라도 부모는 부모이고 아들과 딸은 그대로 아들과 딸이다. 또 식성이나 행동 습관을 바꾸더라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머리와 그 외 신체 자체를 서로 바꾸더라도 결론은 같다.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을 기준으로 선을 긋기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선을 그을 수 없다면 부모가 언제 자식이 되긴 했다고 주장하기조차 어렵게 된다. 우리는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영혼 또는 자성, 즉 아뜨만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 때문에 의학적, 또는 사회적으로 의학의 발달에 따라 생겨날 수 있고, 현재도 더러 발생하는 성체성 문제의 본질이다. 불교의 무아론에서는 이런 문제가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게 만들어 혼란을 없애준다.
부모나 자식도 각각의 자성을 가지고 부모나 자식으로서 존재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부모를 부모이게끔 해 주는 영원불변, 불멸의 무엇, 그리고 자식을 자식이게끔 해 주는 영원불변, 불멸의 무엇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해하거나 수용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심리철학자들은 어떤 인격의 정체성은 그 사람의 몸이 아니라 마음 또는 정신에 있다고 판단한다. 부모와 자식의 몸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는데, 기억과 성격이 모두 바뀐다면 부모의 몸을 가진 자식이, 또는 자식의 몸을 가진 부모가 생겨날 수 있다.
AI가 발달하면서 누군가가 몸을 다쳐 그 부분을 실리콘 대체품으로 교체했는데, 원래 신체부위와 똑같은 기능을 수행하며 생긴 모습도 똑같다. 계속 부상이 반복되면서 계속 실리콘 대체품으로 교체하여 20년 정도 지나 뇌세포까지 교체했다면?
그는 여전히 외모나 생각 등 의식 내용들도 모두 동일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면 이 AI 사람은 20년 전의 원래 사람과 동일한 인격체일까? 그 사람의 의식 내용을 그 연장선상에서 가지고 있다고 보이므로 동일한 인격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인격체의 정체성을 확보해 주는 어떤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몸이 아니라 정신 또는 의식의 내용일 것이다. 여기서 다른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로봇 사람의 의식 내용을 복제해서 수십 개의 컴퓨터에 그대로 다운로드한다면?
수십 명의 동일한 사람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는 정말 난감한 문제에 봉착한다. 의식의 내용이 인격체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완벽한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점은 당연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정체성은 단지 현재의 나의 의식 내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몸과의 어떤 인과적, 역사적 연결고리가 존재하고, 그것이 나의 정체성을 담보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의식이 나의 정체성을 전적으로 결정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인과적, 역사적 연결성이라는 추상적인 어떤 것이 인격체의 정체성을 결정한다고 보기 어렵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어떤 것이 현재 존재하고 있는 인격체의 정체성을 결정할 수는 없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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