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 36-4] 역무노사진(亦無老死盡, 노사가 다함도 없다): 내가 마음 먹고 시작하는 그 순간이 곧 출발점이다
불교에서 근본적으로 나이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언제든지 자기가 마음 먹는 그 순간이 시작이다. 시작과 끝이 분명히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자기가 행한 업은 미래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마음먹고 시작하는 그 순간이 곧 출발점이다.
나이를 탓하여 나태하거나 포기하려는 사람은 불교의 근본을 모르는 사람이다. 불교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우리의 인생이 일직선으로 시작과 끝이 분명히 있다고 믿지 않는다. 우리의 인생이 둥근 고리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끝낼 수도 없고, 머물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십이인연설을 통해 현상과 내면의 세계를 빠짐없이 정리해 나간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한 문제 해결은 곧 우주 질서 전체를 하나의 큰 틀로 보게 된 것이다. 반야심경에서는 그런 십이인연설도 모두 텅 빈 것으로 보아 ‘무’라고 표현한 것이다. 인간의 존재 방식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텅 빈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없기도 하며 있기도 한 것이다.
있다는 것은 인연에 의해 잠깐 나타난 것이고, 또한 그것은 영원히 있는 것이 아니라 곧 소실되기 때문에 없기도 한 것이다. 반야심경에 나오는 ‘무’의 개념은 있다는 것의 부정인 동시에 또한 없다는 것의 부정인 것이다. 그래서 있기도 하며 없기도 한 것이다.
십이인연의 하나하나를 관찰해 보니 무명이 다 끝나 무명의 밑바닥이 드러났는데, 그것마저 없다는 것이다. 노사가 다한 것까지 없다고 하는 말은 결국 십이인연설에만 매달려 있지 말라는 것이다. 십이인연이 텅 비어 ‘무’의 상태가 되는 것까지 깨달아야 확연하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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